지금도 눈 감으면 빠알간 푸켓의 석양이 반기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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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4월에 내건 이달의 경품 당첨자는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미화(39)씨다. 김씨는 이달 9~12일 가족과 함께 동남아의 진주로 불리는 태국 푸켓을 다녀왔다. 푸켓 여행 후기를 소개한다.

태국 푸켓 클럽메드 야경

3대가 함께한 가족여행.

낭만적으로 들릴 법도 하지만 실제로 여행을 떠나본 사람은 안다. 부모님 모시고, 어린아이까지 보살피며 여행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과 중2 딸이 함께한 이번 푸켓 여행은 달랐다. 3박4일 일정 내내 가족 모두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 외칠 만큼 최고의 날을 보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오직 하나 휴식이었다. “자고로 여행은 관광과 쇼핑이 최우선”이라던 친정 부모님도 지난해부터 “휴양 여행을 가야겠다”고 말을 바꾸셨다. 두 분 모두 일흔을 넘기시며 이런 변화가 온 것 같다.

 마침 사춘기 열병을 앓고 있는 중2 딸도 “맘껏 쉬고 싶다”고 아우성을 쳤다. 예술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 벌써부터 예비수험생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 얼굴만 보면 “하루라도 학교·학원에서 해방돼 푹 쉬고 싶다”고 투덜거렸다.

 피로감으로 따지면 나도 만만치 않다. 전업주부의 애환을 누가 알아주랴.

 

아열대 나무가 우거진 리조트 내부 정원

간절히 휴식을 원하던 우리 가족에게 푸켓 클럽메드는 낙원 그 자체였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맞아준 한국인 GO(Gentle Organizer·빌리지 상주 직원) 루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했는데, 3박4일 동안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양궁·골프·서커스·스노클링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원하는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친정 아버지와 나는 9홀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오랜만에 골프채를 잡아본다”며 만족해하셨다. 가족이 다 함께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양궁장에서 과녁을 겨냥하며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도 했다. 프로그램마다 강습하는 GO 실력이 대단했다.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은 매일 저녁 열린 GO 쇼였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GO들이 각자 끼를 살려 저녁마다 프로 수준의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토요일(11일) 밤에 본 서커스 공연은 최고였다. 뮤지컬처럼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데다 아찔한 공중그네와 줄타기까지 선보여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박수를 쳐댔다.

클럽메드 인근에 위치한 까따비치의 전경. [사진 클럽메드]

 
그림을 전공하는 딸아이는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했다. 아침마다 딸 손을 잡고 리조트 산책로를 따라 여기저기 걸으며 잘 가꾼 정원을 카메라에 담았다. 리조트 바로 옆에 있는 까따비치도 절경이었다. 태국어로 푸켓이 아름다운 해변이란 의미라던데, 까따비치를 보니 그 말에 수긍이 갔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팥 앙금처럼 고운 백사장,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까따비치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일몰이다. 리조트 선베드에 비스듬히 누워 까따비치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노라면 집에 두고 온 가족 걱정도, 돌아가서 해치워야 할 많은 일도 모두 파도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기분이었다. 딸아이는 귀국하자마자 여행 중 찍은 사진을 보며 스케치로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이번 여행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 뿌듯했다.

 

독자 사진. 강남통신 이벤트에 당첨돼 푸켓에 다녀온 중앙일보 독자 김미화(왼쪽에서 세번째)씨 가족. [사진 김미화씨]

한국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그리워지는 게 있다. 리조트의 메인 레스토랑이다. 달콤한 열대 과일과 싱싱한 해산물을 이용한 수십 가지 요리로 미각을 돋워주던 뷔페는 3박4일 동안 미처 다 맛보지 못한 메뉴가 있을 정도로 풍성하고 훌륭했다.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타면서 친정 부모님은 내 손을 꼭 잡으시며 “딸 덕분에 천국 같은 곳에서 호강했다”며 웃음을 지으셨다. 딸아이도 “엄마 정말 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진정한 휴식을 만끽하게 해준 江南通新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리=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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