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개성공단 이대로 가면 결국 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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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로 개성공단이 남측 근로자 방문이 봉쇄된 지 19일째, 북측 근로자들이 철수한 지 10일째다. 2004년 첫 남측 기업이 입주한 이래 처음으로 발생한 조업중단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7일에 이어 오늘 개성공단에 들어가겠다는 중소기업 대표자들의 방문 신청도 거부했다. 그 결과 현재 공단에 남아 있는 남측 근로자 수도 지난 주말 평상시의 5분의 1 수준인 190명으로 준 상태다. 연료와 식량 등의 부족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이들도 조만간 귀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은 여전히 공단 중단을 대남 압박 수단으로만 여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북한은 우리 정부의 공단 운영을 위한 남북대화 제의를 “요설”이라고 비난하고 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합리화하는 장문의 비망록을 발표했다. 공단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북측이 아니라 남측이라는 주장을 펴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남측 당국이 우리의 중대조치를 계속 시야비야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으로 결론짓고 있다.

 이제 와서 개성공단을 통해 남측이든 북측이든 누가 더 큰 이익을 보는지를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지금까지 우여곡절 속에서도 공단이 꾸준히 확대돼온 것은 어려운 경제형편에 상당액의 외화수입을 챙기는 북측이나 공단에 입주한 123개 남측 기업이나 이익이 되기 때문 아니었나.

 이번 가동중단 사태는 북측이 공단 폐쇄 위협을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태도는 입주기업들로 하여금 공단에 기업을 두는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공단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입주업체들은 해외바이어로부터 계약파기를 요구당하는 등 기업 운영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북측이 공단을 시급히 재개하지 않을 경우 공단은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하루빨리 공단을 재개하고 공단 중단이 재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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