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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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수출증대를 위하여 총력을 기울여왔고 근년에 그 성과가 현저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수출의 증진을 능가한 수입의 증대 경향과 수출에 있어서의 가득률의 저하, 그리고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수출신장률의 둔화는 주목할만한 일이며 이에 대한 시급한 시정이 요청되고 있다.
특히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급격하게 증가한 대일 무역이 놀랄만한 역조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거듭 지적한바 있거니와 방치할 수 없는 정도에 도달하였다. 한·일 무역의 현황을 보면 65년에 대일 수출 약 4천4백만 달러에 수입 1억6천7백만 달러로 3·8 대 1의 역조이던 것이 66년에는 수출 6천6백만 달러, 수입 2억9천4백만 달러로 4·4 대 1로 역조상은 격화되고 있다. 금년에 들어서도 그 시정은 커녕 그 경향은 더욱 심화하여 정상무역「베이스」로 만도 4 대 1을 넘으며 각종 「플랜트」의 연불 수입(차관)까지 합하면 10 대 1을 상회하는 불균형상태를 나타내고있는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았음인지 정부는 대일 기계류수입의 억제조치를 취하였고 12일에 서울과 동경에서 한국 측만의 무역·전략회담을 개최하는가 하면 이에 이어 서울에서는 오늘부터 15일까지 한·일 무역회담이 개최된다.
한·일 무역회담의 의제로서는 무역의 현황검토, 균형무역의 증진, 무역에 관한 기타 사항 등 세 가지가 합의되어 있으나 한국 측으로서는 당연히 무역불균형의 시정책을 여기서 우선적으로 강력히 제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측은 제1차 산품의 대일 수출증대, 보세가공무역의 촉진, 개발수출의 신장, 보세가공을 비롯한 중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의 재조정문제 등을 주장할 것이라 한다.
한국 측이 주장하는 이와 같은 내용은 일별하더라도 수년 내 되풀이되어 온 것이며 그간의 무역역조는 오히려 심하여진 것으로 보아 종래의 회담·교섭 등이 하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 역시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여 본다는데 그친다면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대일 무역불균형의 시정에 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하여는 국민으로서는 불만한 점이 적지 않다.
첫째로는 정부의 연구와 조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연례행사 모양 회담이 있을 때마다 꼭 같은 항목을 되풀이 할뿐 회담이 끝나면 곧 망각되어 버리는 감이 없지 않다. 일본에 대하여 그런 정도로 스스로 수입을 늘려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꾸준한 조사 연구와 관·민이 일체가 된 투쟁적인 노력 없이 이와 같은 불균형이 시정된다면 오히려 기적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일 수출능력의 부족과 일 측의 무성의로 수출신장과 불균형의 시정이 부진일 것 같으면 대일 수입을 대폭적으로 압축함으로써 축소균형 책이라도 강구하여야하며 여기서 생기는 수입여력을 타국으로 전환함으로써 타국에의 수출증대라도 꾀하여야할 것이다.
이번 전략회담과 무역회담은 연례행사로부터 탈피하여 불균형을 발본 시정하거나 불연이면 대일 무역의 일대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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