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남극 고속도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인간이 얼음으로 뒤덮인 대륙, 남극을 언제부터 탐험했는지에 대해서는 이설(異說)이 많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탐험은 캡틴 쿡으로 알려진 영국인 제임스 쿡의 탐험(1772~1775)을 최초로 본다.

당시 쿡은 오늘날의 프린스 올라프 해안 앞바다에 도달해 처음으로 남극권을 돌파했고 이를 계기로 남극해에서의 고래잡이 등이 시작됐다.

영국의 남극권 돌파소식에 자극받은 러시아는 181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인 탐험에 나섰다. 러시아는 벨링스하우젠을 대장으로 '보스토크''미르니'등 두척의 탐험선을 동원해 그때까지 알려진 남극권 바다를 샅샅이 훑었다.

초창기 남극 탐험사의 대기록인 벨링스하우젠의 남극주항(南極周航.1819~1821)은 이 탐험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남극대륙 내부탐험사에 있어서는 노르웨이의 업적을 무시할 수가 없다.

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안센은 1895년 오늘날의 로스해 서안 아데어곶(串)에 발을 디뎌, 남극대륙 내부탐험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 이후 각국의 탐험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1910~1912년에 진행된 영국인 스콧과 노르웨이인 아문센의 '남극점 도달경쟁'은 이런 분위기 아래서 국제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벌어졌다. 아문센은 1911년 12월 14일에, 스콧은 다음 해 1월 17일에 남극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스콧은 귀로에 대원들과 동사(凍死)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이후 비행기.원자력선 등을 동원한 남극탐험이 계속됐고 각국의 기지가 설치됐다.

한국은 1985년 킹 조지섬과 빈슨매시프산을 탐사했고, 현재 킹 조지섬에 세종기지를 운영 중이다. 또 1994년 1월 11일엔 허영호가 이끄는 탐험대가 44일 만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남극점에 도보로 도달했다.

이런 남극에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미국이 맥머도 사운드에서 남극점의 스콧.아문센 기지에 이르는 1천6백㎞ 거리의 얼음길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5년 후면 캐터필러 차량들이 10일 만에 맥머도 사운드에서 남극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사를 진행해야 하느냐는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크다.

고속도로가 남극개발에 일대 전기가 될지, 재앙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남극에 더많은 인간들이 몰려들어 '금단의 대륙'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김석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