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1년 만에 중도 사퇴…청주상의 내분 수습 국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해부터 내홍을 겪어온 청주상공회의소 오흥배(사진) 회장이 임기 2년을 남기고 중도하차했다.

 오 회장은 21일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 우암홀에서 열린 청주상의 의원총회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조직적인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다”며 “그러나 개혁 노력이 벽에 부닥쳐 사퇴한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50만원짜리 저녁을 먹고 100만원짜리 카드결제를 하는 관행이 20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며 “이를 바로잡으려다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 그는 후임 회장에게 인수인계를 한 뒤 사임하기로 했다. 상임위원 17명과 감사 2명도 조만간 사퇴서를 내기로 했다.

 청주상의는 오 회장 사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키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만장일치로 최연장자인 양근성(68) ㈜남청주가스 대표가 맡았다. 양 위원장은 내부 의원들로 비대위원을 구성해 후임 회장 선출 등 청주상의 정상화 업무를 이끌게 됐다. 양 위원장은 “청주상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청주상의 내분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신정기화물자동차㈜ 오너인 오 회장은 지난해 3월 이태호 전 회장의 뒤를 이어 3년 임기의 청주상의 수장직에 올랐다.

 청주상의 내분은 지난해 촉발됐다. 14년간 장기 집권한 이태호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3월 청주상의 수장에 오른 오 회장은 한명수 사무처장과 업무처리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한 처장을 결국 직제에 없는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치했다.

 이에 불복한 한 처장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내고 출근을 거부했다. 그는 노동위원회의 원직 복직 결정으로 지난달 원대복귀했다. 내분이 수그러드는가 싶던 청주상의는 최근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 수익금 등 2억3000만원의 일반회계 누락, 이 전 회장 퇴임 후 출장여비 부당 지급, 개별사업비 집행과정에서의 영수증 미처리 등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내분 양상을 보였다.

 이를 놓고 상의 직원과 상의 회원들은 “내부에서 해결해도 될 일을 외부로 유출해 망신을 자처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오 회장을 문서 유출의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오 회장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하게 부인해 왔다.

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