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잃어버린 줄 알았던 유진오 소설 ‘민요’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유진오

현민(玄民) 유진오(1906~87)는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한 법학자이자 신민당 당수를 지낸 정치가로 이름 났지만 그 이전에 소설가였다. 경성제국대학 법학과 시절부터 소설가 이효석과 사귀며 창작에 몰두해 1927년 이후 십여 년 동안 ‘창랑정기’ ‘김강사와 T교수’ 등 단편소설 30 여 편을 생산했다. 그러나 현민이 1939년 11월에 출간할 것으로 잡지 ‘인문평론’에 세 차례 예고되었던 장편소설 ‘민요(民謠)’는 결국 발표되지 않았고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그 원고가 발굴됐다.

 송하춘(69) 고려대 명예교수는 후학들과 함께 펴낸 『한국현대 장편소설 사전(事典) 1917~1950』(고려대학교출판부)에 ‘민요’를 소개하며 최근 작가 유족 측에서 유고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전을 편찬하며 자료를 찾던 중 소식을 들은 후손들이 송 교수 팀에 알려왔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우리의 현대소설 연구는 작가나 작품의 차원에서 몹시 제한된 범주 안에서만 반복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작업을 시작했다”며 역사의 먼지만이 켜켜이 앉아 있던 소설들을 끄집어내 햇볕을 쬐게 한 사실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기뻐했다.

 이 사전은 춘원(春園) 이광수(1892~1950)의 1917년 장편소설 ‘무정’을 한국 현대소설의 효시로 잡고 이후 발표된 소설 946편의 줄거리와 출간 사항 등을 가나다순으로 수록했다. 자료 탐사를 위해 일본·중국·홍콩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대학 도서관과 미국 하버드대 옌칭(燕京·연경)도서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도서관 등을 방문했다.

 특이한 점은 같은 제목을 붙인 소설이 여러 편 된다는 것. ‘김유신’ ‘낙조’ ‘어머니’ ‘재출발’ ‘적멸’ ‘첫사랑’ ‘탁류’ ‘파도’ ‘해방’은 세 편씩, ‘고아’ ‘군상’ ‘귀향’ ‘새벽’ ‘악마’ ‘약탈자’ ‘유랑’ 등 두 편씩인 작품은 27편이나 됐다. 송 교수 팀은 근간으로 『한국근대 장편소설 사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