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이하 라면 솔깃한 □□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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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의료기기 제조회사에서 연봉 3500만원을 받는 강성준(30)씨는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봉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가 7년간 넣으면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점이 맘에 들어서다. 그는 “얼마 전 해약한 적금의 경우 연 3%의 낮은 이율에서 세금까지 떼어가니 남는 게 별로 없었다”며 “저금리시대에 재형저축에 가입해 한 푼이라도 더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18년 만인 올 3월 부활하는 재형저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비과세 혜택이 있는 데다 서민금융 상품으로 출시되는 만큼 기존 적금보다 금리를 더 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수요를 감지한 금융권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형저축은 은행적금·보험·펀드, 3개 유형으로 출시가 가능하지만 은행권이 가장 적극적이다. 은행들은 재형저축 가입자를 늘려 최근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에 따른 자산가들의 예금 이탈 충격을 상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과 ‘재형저축 출시 준비회의’를 하고 다음달 6일 동시에 상품을 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리는 은행별로 각각 다르지만 연 4%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평균 3.46%인 은행 적금 금리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시진우 국민은행 상품개발팀장은 “비과세 혜택이 있더라도 초반에 붐을 일으키기 위해 연 4% 이상의 금리는 줘야 한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장도 “아직 정확한 금리 수준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연 4%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기업은행은 다른 은행들의 금리 추이를 봐서 비슷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가입기간 7년 내내 연 4%대의 금리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현재 가입 후 3년간은 연 4%대의 고정금리, 이후 4년은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연 4%대 금리를 계속해서 줄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3년이 지나면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시장금리 변화를 고려해 이자율을 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요자는 9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이 국세청의 근로소득 신고 자료와 자체 통계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600만 명, 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가 330만 명이다. 신한은행은 그중에서도 20~30대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신한은행 월급통장 이용자 중 연봉 5000만원 이하를 분석해 보면 10명 중 6명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열 신한은행 상품개발부장은 “20~30대는 내집 마련 등을 위해 종잣돈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재형저축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채권형펀드를 재형저축상품으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지금도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있어 재형저축 상품으로는 큰 매력이 없다는 게 실무자들의 생각이다. 최근 국내 주식의 수익률이 지지부진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수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팀장은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수익률이 좋은 해외채권형펀드를 재형저축펀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재형저축에 소극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10년 가입 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저축성보험을 팔고 있기 때문에 재형저축을 보험상품으로 가입할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형저축 출시를 위해서는 몇 가지 남은 절차가 있다.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의결된 뒤 기획재정부가 소득증명 등에 관한 시행규칙을 공포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약관과 상품설명서를 인가받는데 15일가량이 걸린다. 한편 재형저축의 가입기간은 일단 2015년 말까지로 정해졌다. 서지원 기획재정부 금융세제팀장은 “일몰제로 3년간 시행을 해본 후 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판단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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