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대상 성범죄자이웃들이 알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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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원조교제'등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사진과 구체적 신원을 이웃 주민들에게 일일이 알리는 방안을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李承姬)가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는 1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를 업무과제로 보고하고, 새 정부 출범 후 관계기관과 협의해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해당 범죄자의 ▶이름▶생년월일▶직업(업종)▶시.군.구까지만의 주소를 정부 중앙청사 및 16개 시.도 게시판에 한달간 게시하고, 청소년보호위 홈페이지(www.youth.go.kr)에 6개월 동안 공지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전국의 신상공개 대상자 명단을 한번에 파악할 수는 있어도 실제 자신의 집 근처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를 알기 어렵다는 여론을 수렴해 이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인수위에 제출한 개선안에 따르면 신상공개 여부가 확정되면 정확한 주소와 얼굴 사진 등 누군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신원정보를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특히 성범죄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새로운 주소지 주민에게 정보를 공개토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사람은 얼굴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등 공개 수준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수단을 ▶개별적으로 가구를 방문해 알리는 방법▶우편을 통한 간접 전달▶지역주민단체를 통한 전달 등 세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원공개 대상지역도 인구밀집정도.생활반경 등에 따라 아파트의 한 동(棟)에서부터 마을 전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개선안을 놓고 2001년 8월 신원 공개제도가 처음 시행되면서 제기된 '이중처벌' '과잉처벌'논란이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위원회는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1천2백83명의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 신원을 공개했다. 그 중 1차 신상공개 대상자였던 한 공무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 현재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위원회 측은 "개선안이 시행되면 성범죄자의 신원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알려지기 때문에 오히려 인권 침해의 측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측은 또 "이와 관련해 몇차례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신상 공개에 찬성했으며 '좀 더 확실하게 신원을 공개하라'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개선안을 강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외국에서는=위원회의 신상 공개 개선안은 미국의 제도를 본뜬 것이다. 미국에서는 성범죄 전과자에 의한 여아 강간.살해 사건을 계기로 웨터링법(1994년).메간법(95년) 등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등록법이 제정됐다.

흉악범은 평생 해당 기관에 신상 등록을 해야 하며, 90일마다 주소지를 확인받는다. 주(州)에 따라 지문.차량번호까지 등록하며, 집 앞에 범죄자 표식을 설치하기도 한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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