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날 키워줬잖아요 … 이대호 통큰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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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성공했다고 모른 척하면 됩니까. 제가 국가대표팀에서 받은 것들을 생각해야죠.”(이대호)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석 달도 남지 않았다. 최정예 ‘드림팀’이 꾸려져야 할 시기지만 형편은 그렇지 않다. 일부 선수가 팀과 개인의 사정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발을 뺐다. 해외파 중 유일하게 남은 선수가 이대호(30·오릭스)다.

 이대호는 모교인 경남고에서 개인훈련 중이다. 오는 1월 12일 사이판으로 출국해 롯데·LG와 함께 2주가량 훈련을 한 뒤, 한 달 후인 2월 11일 WBC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그는 “새해 목표는 WBC 우승이다. 개인 성적보다 중요하다”며 열의를 보였다.

 이번 WBC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된다. 프로야구 대표 ‘왼손 듀오’인 김광현(SK)·봉중근(LG)을 비롯해 홍상삼(두산)·김진우(KIA)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투타의 핵심인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도 ‘소속팀 사정’을 이유로 빠졌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1월 이후 ‘아픈 선수’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빅보이’는 다르다. 일본 진출 첫해인 올 시즌 퍼시픽리그 타점왕(91개)에 오른 이대호는 소속 구단인 오릭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대표팀 합류를 확정 지었다. 모리와키 히로시 오릭스 신임감독은 “(이대호가) 대표팀에 차출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표선수 아닌가. 국제 경기를 뛰면서 시즌 준비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대호는 모리와키 감독에게 “믿어달라. WBC 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하며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대호는 “추신수나 류현진 모두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소속팀에서 출전을 반대했다면 나 역시도 WBC 출전이 어려웠을 것이다.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해서 개인주의라고 비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라로부터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이대호는 추신수·김태균(한화) 등과 함께 2000년 캐나다 애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고 한다. 그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그 시절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며 “대표팀에 뽑히며 많은 혜택을 받았다. 평생 간직할 명예도 얻었다. 나라가 나를 찾는다면,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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