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월간 '함께 사는 길' 편집인 최승호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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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문학의 기수 최승호(47.사진) 시인. 그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와 녹색 이념이 '함께 사는 길'을 선두에서 모색하는 사람이다.

그가 편집인 겸 주간을 맡은 생태환경 월간지 『함께 사는 길』(발행인 최열, 1백36쪽,5천원) 이 최근 1백호를 냈다.

월간지로는 드물게 5만부나 발행하는 이 잡지를 만드는 보람을 묻자 최씨는 제1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인 정현종 시인의 시 '견딜 수 없네'를 인용하며 "최종 교정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대답한다. "환경파괴에 견딜 수 없는 자연의 소리를 담는 편집자나 그 글과 사진을 보는 독자나 모두 견디기 힘든 고통"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 NGO 가운데 하나인 환경운동연합(회원 8만명) 에서 발행하는 이 잡지의 재원은 주로 회비로 충당된다. 서점에서 일반 판매도 하지만 전국 47곳의 지방조직에 속한 회원들이 주로 일괄 구매를 통해 '견딜 수 없는'독서를 사서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월간지 1백호의 의미를 자평한다면.
"1993년 7월 창간돼 8년4개월 동안 결호 없이 1백호를 펴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회원 수 1백만명이 넘는 세계적 환경단체들, 예컨대 '월드워치연구소'나 '그린피스'도 격월간이나 계간지를 50~60쪽 내고 있다."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은 어떤 것인가.
"환경이란 용어가 인간의 주변이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지구보다 더 큰 눈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 함께 사는 길은 다른 것이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상생의식에서 출발한다."

-잡지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시위를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직접적 행동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와 보전운동을 집대성하는 것이 책의 큰 줄기다. 그리고 동.식물의 생태를 통해 생명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보여주려 한다."

-동강댐의 경우 환경운동연합이 주도해 건설을 저지했지만 지금은 관광지로 변모하며 또 다른 오염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역효과를 지적하는 소리를 어떻게 보는가.
"댐 건설을 여론에 의해 막은 것은 처음 경험한 일이라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고려가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단체가 동강을 망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 것만 꼴찌가 아니라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꼴찌 아닐까. 어쨌든 지역 주민들 보상문제에서부터 자치단체나 환경부와의 협력에 이르기까지 더 깊은 후속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강을 포함한 환경문제는 이제부터라고 볼 수 있다."

-녹색 이념도 일종의 이념인데 복합적 성찰을 요구하는 시 창작과 갈등은 없나.
"어떤 목적을 위해 언어가 수단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환경운동과 시가 충돌할 땐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갈등이 의식을 깨어 있게 하면서 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김수영 문학상''오늘의 작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최씨는 80년대 중반부터 이미 출판 기획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지난해 역시 환경운동연합에서 만든 생태전문 단행본 출판사 '도요새'의 편집주간도 맡아 『지구환경보고서』 『저어새』 등 13종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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