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의 조속한 혁신은 국민적 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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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통합당은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멋진 퇴각’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 후 엿새간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입으론 반성한다지만 실제론 친노(親盧) 주류와 비주류 간에 주도권 다툼만 반복하고 있다. 그제 의원·당무위원 회의를 열어 올해 안에 원내대표를 뽑고 임시지도부를 맡도록 하자고 결정하는 과정도 그랬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측이 비대위원장을 직접 임명하려다 비주류의 반발을 샀다. 이해찬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대표 권한을 ‘문 후보’가 아닌 ‘문 의원’에게 넘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문 전 후보는 누가 뭐래도 패장(敗將)이다. 직접 나서 임명권을 행사할 일이 아니다. 비주류의 대응도 옹색했다.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거론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문 전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광화문 유세 네 번과 마지막 기차유세까지 단 한 명의 의원도 도와준 적이 없다”는 반박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 이어 올해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만 내리 네 번 진 정당이다. 특히 올 두 차례 선거는 “지려야 질 수 없다”는 객관적 정세에도 불구하고 졌다. 매번 패인도 같았다. 상대를 악(惡)으로 규정했고, 반대·저지·규탄만 했다. 편가르기를 했고 제 편과 연대·연합만 하면 이긴다고 낙관했다. 후보단일화에만 매달렸다. 국정을 책임질 수권(受權)능력도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시대정신이 새 정치라고 외칠 뿐 직접 행동에 옮기진 않았다. 이렇다 보니 대선 후엔 “민주당이 과연 다시 집권할 수 있을까”란 의심마저 받고 있다. 민주당의 통렬한 자기 반성과 혁신이 필요한 까닭이다.

 민주당엔 속도감도 중요하다. 조속히 혼란상을 극복해야 한다. 이는 국민적 명령이다. 야당의 지리멸렬함은 여당의 독주·독선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론 국민적 불행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제대로 서려면 야당 또한 튼튼해야 한다. 민주당이 1955년 해공 신익희 선생 이래 정통 야당이자 10년 집권 여당이었다는 자부심을 되새겨야 한다. 그게 민주당을 위해 혹한 속에서도 투표소로 향했던 1469만 명의 마음을 달래는 첩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