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벌써 끝났나?… 전세물건 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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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부와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시장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예년 같으면 막바지 이사수요가 움직일 때지만 이달 들어 전세수요가 크게 줄면서 전셋값 오름세도 무뎌졌다. 부동산중개업소엔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이 쌓이기도 한다.

월세로 내놓았다 전세로 다시 바꾸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고, 연초부터 이어진 전세난 때문에 세입자들이 서둘러 전셋집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9~10월 계약 만기자 중 상당수가 7~8월에 계약을 끝냈다는 말이다. 전셋값이 비싸다 보니 집주인과 타협해 재계약하는 사례가 느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보다는 신도시에서 두드러진다. 분당 구미동 유니에셋LG공인중개사무소 황현 사장은 "지난달까지는 전세가 나오는 즉시 소화됐는데 최근 들어 20평형대 소형도 수요가 없다" 고 말했다.

평촌 신도시 부림동 가나공인중개사무소 한병구 사장은 "물건이 많지는 않지만 소형평형이 많은 평촌 지역 특성상 대형보다 오히려 소형 전세 구하기가 수월한 편" 이라고 전했다.

산본 신도시 동백마을의 경우 하루 이틀 안에 소진되던 전세물건이 지금은 일주일이 돼도 찾는 사람이 없다. 산본동 부동산써브LG공인 이남숙 씨는 "한달 전까지 월세와 전세비율이 9대 1이었으나 요즘은 8대 2나 7대 3으로 전세 물건이 많아진 반면 수요는 줄어들었다" 고 말했다.

일산.중동도 8월말에 비하면 수요가 감소해 전세난이 한결 나아졌다. 이 때문에 신도시의 전셋값 상승세도 주춤하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8월 중순 이후 신도시 전셋값 주간 상승률은 1% 이상이었으나 이달 들어 0.85%→0. 66%→0. 4%(21일 기준)로 떨어졌다.

서울에서도 노원.강북.양천구 등 일부지역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전세대기자들이 이달 들어 점차 줄고 있다. 서울 상계동 대우공인중개사무소 김인 씨는 "소형은 전세난이 여전하지만 30평형 이상 월세는 두 세달이 지나도 안 빠져 다시 전세로 내놓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 윈윈공인중개사무소 김형숙 사장은 "월세의 경우 10~20평형대 중 보증금이 큰 것만 소화되므로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며 "10여개 이상의 전세물건을 보유한 중개업소도 적지 않다" 고 말했다.

다만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에선 여전히 전세물건이 귀하다. 송파구 성내동 미성공인중개사무소 김용수 사장은 "강남권은 아직 경기불안심리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현금 확보보다 금리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월세를 좋아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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