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식·김반석 2선으로 … LG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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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룹 내 2인자인 강유식(64) ㈜LG 부회장과 LG화학 김반석(63)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LG는 29일 강 부회장과 김 부회장을 각각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LG화학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주요 계열사 인사를 발표했다.

 1972년 LG화학에 입사한 강 부회장은 97년 LG그룹 회장실 부사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전반의 업무에 관여했다. 99년에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으면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2002년 부회장으로 오른 뒤 이듬해부터 지주회사인 ㈜LG 부회장을 맡았다. LG를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외환위기 이후 필립스의 자본을 유치해 합작업체인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LCD)를 만드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구본무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던 강 부회장의 인사에 대해 LG그룹은 “경영 일선에서 약간 비켜나가는 것일 뿐 구 회장에 대한 보좌 역할은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던 김반석 부회장은 LG화학 대표로만 11년간 일했다. LG 관계자는 “ CEO로서 매일 현업을 챙기던 것과 달리 이사회 의장직으로 현업에서 한발 물러나 후배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LG화학의 차량용 2차전지와 TFT LCD 유리 사업이 지지부진해 김 부회장이 후배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줌으로써 글로벌 위기상황에 봉착한 LG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평가한다. LG화학의 CEO는 박진수(60)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이 맡게 됐다.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는 한상범(57)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올해 CEO를 맡은 한 대표는 2010년 3분기 이후 8분기 동안 지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하고, 3D TV LCD 패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LG하우시스 신임 대표에는 LG화학 출신인 오장수(58) 부사장이 선임됐다.

 30대 임원도 나왔다. 김성현(39) LG화학 상무다. 그룹 상무 승진자 가운데 가장 젊다. 서울대에서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김 상무는 98년 LG화학 기술연구원으로 입사, 편광판 세계 1위 달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여성들의 도약도 눈길을 끈다. LG디스플레이 IR담당 김희연(43) 부장과 LG유플러스 e-Biz 사업 담당 백영란(48) 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여성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28일 승진한 LG생활건강 김희선 상무를 포함해 LG그룹의 여성 임원은 16명으로 늘었다. 올해 LG그룹 계열사의 임원 승진자는 총 110명으로 지난해보다 4명 많아졌다.

 LG 관계자는 “올해 임원인사는 세대교체보다 현재의 경영환경이 위기라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엄격한 성과주의를 반영한 것”이라며 “성과를 낸 인재는 과감히 발탁, 성과 창출에 진취적으로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세우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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