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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가득 툇마루
봄바람에 실린 오후의 햇볕이 따뜻하게 내립니다. 여럿이 악양, 대촌마을을 기웃거리며 다녔습니다. 시간이 켜켜이 묻은 나무지게나 항아리, 쪽문이 아름다운 흙벽에 비친 감나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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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
올겨울은 유난히 길게 갑니다. 쉬이 가지 않는 추위가 등짝에서 어깨까지 떨게 합니다. 이즈음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봄기운을 찾아 쏘다닐 때인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질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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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소
요즘 소는 코뚜레도, 고삐도 없습니다. 코에 구멍 뚫리는 신세는 피했으나 귀를 뚫려 자신의 이력이 낱낱이 들어간 바코드를 달고 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쟁기질이나 밭갈이의 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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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참판댁에서
박경리 소설 『토지』로 유명한 악양면 평사리. 몇 년 전 드라마 ‘토지’가 방영된 후 시끌벅적한 마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최 참판인지. 최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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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물섬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신안 증도 앞바다는 해저 유물로 유명합니다.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걷어 올려지면서 송·원대 유물 2만8000여 점을 발굴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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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신안 증도 앞바다는 해저 유물로 유명합니다.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걷어 올려지면서 송·원대 유물 2만8000여 점을 발굴했답니다. 그래서 증도는 보물섬입니다.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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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장정의 끝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맛있는 것도 매일 먹으면 맛있는 줄 모르게 됩니다. 멋있는 풍경도 그렇습니다. 아름다움에서 조금 떨어지면 아름다움을 더 고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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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의 끝
맛있는 것도 매일 먹으면 맛있는 줄 모르게 됩니다. 멋있는 풍경도 그렇습니다. 아름다움에서 조금 떨어지면 아름다움을 더 고맙게 느낄 수 있습니다. 지리산에 살면서 문득 넓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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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놀이터
나는 산을 좋아합니다. 바위며, 나무며, 풀을 좋아합니다. 그 많은 것들이 산에 있어 산에 삽니다. 살고 있는 집 뒤에는 이끼로 치장한 바위 무더기와 알몸 드러낸 참나무와 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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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SF의 성공조건, 인간미’ 영상의 새 가능성 보여줘
‘SF영화의 성공 조건, 인간미’(1월 3일자 35면). 칼럼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이후남 기자가 지적했듯 얼마 전 개봉한 ‘아바타’의 컴퓨터 그래픽(CG)은 더 이상 능가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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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길
근래 드물게 눈이 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두 가지 이상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눈이 산골에 사는 즐거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몰고 왔습니다. 즐거움은 당연히 온 세상이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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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드디어 깨졌습니다. 새벽까지 버티며 어둠을 쥐고 있던 구름이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에 그만 깨져버렸습니다. 새 아침입니다. 새해이기도 하고요. 능선에 불을 지르며 오르는 태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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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의 빛
나이 ‘오십’이면 장년도 중년도 지난 늙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중년’도 마흔 안팎이라니 ‘오십’이면 그냥 늙은이입니다. ‘늙은이’는 좀 거북하니 ‘중늙은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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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밴드
놀이는 즐겁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같이 놀면 더 즐겁습니다. 두들기고, 튕기고, 불고, 흔드는 악기까지 끼어들면 놀이는 극상으로 올라갑니다. ‘동네밴드 겨울나들이’ 두 번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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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에서
“전쟁이 한창이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남긴 유언이 노량횟집타운 입구의 아치형 현수막에 높게 걸려 있습니다. 400여 년 전 역사를 기리는 노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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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배추
“아작-.” 한 입 물으니 명쾌한 소리와 함께 생배추의 곧은 잎맥에서 나온 생생한 물이 스륵 나온 침과 함께 입안 가득 찹니다. 흰 배추 살에 잣과 호두를 넣은 볶은 고추장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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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 새 바닥
게으른 단풍나무가 계절을 잊고 담장 위에서 붉은빛을 뿜어냅니다. 겨울 길목에서 저리 예쁜 단풍을 보는 것은 뜻밖의 기쁨입니다. 큰 산에는 큰 절집이 있습니다. 큰 절집에는 세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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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초승달
반짝 눈을 떴습니다. 늦은 시간에 차를 마시고 자면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잠이 깹니다. 파란 새벽 하늘에 눈웃음 짓는 하얀 달이 나를 마당으로 끌어냅니다. 텅 빈 하늘의 푸른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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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목, 천년의 사랑
지리산 북쪽, 함양에는 ‘상림(上林)’이 유명합니다. 상림은 위천강의 홍수를 막기 위해 신라 때 최치원 선생이 둑을 쌓아 만든 숲입니다. 사람이 만든 숲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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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BOOK] “산골서 몸 쓰며 사니 생각이 깊어지네요”
“도시 사람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지만 시골에서는 어제를 돌아보며 오늘을 살아요. 그런 되돌아봄이 참 좋네요.” 귀농 10년차. 사진가 이창수(49·사진)씨는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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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어 길을 걸었습니다. 늦은 오후의
길이 있어 길을 걸었습니다. 늦은 오후의 북향 길은 그늘 빛이 상큼합니다. 사물들이 다투지 않고 고요하게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길을 걸으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홀로 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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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재첩
어스름 빛이 별을 하나 둘 지우는 새벽, 섬진강에 나왔습니다. 오늘은 세 물때라 6시부터 재첩잡이를 시작합니다. 시나브로 새벽바람이 두텁게 입은 옷도 뚫고 들어옵니다. 보온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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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리
흔히 들국화로 불리는 쑥부쟁이 꽃입니다. 봄날이면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새순을 따다 무쳐 먹던 풀입니다. 끊어 먹는 재미를 준 풀이 가을날까지 살아남아 이렇게 멋진 꽃빛을 쏟아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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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휴식
가을 숲이 깊습니다. 정오를 향한 햇살이 깊은 숲에 빛을 새깁니다.들판의 가을빛은 풍요로움으로 다가오고, 숲의 가을빛은 ‘쉼’으로 다가옵니다. 이제는 쉴 때입니다. 대다수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