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상경영에 협력·장비업체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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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비상경영이 진행되면서 협력사·장비업체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포스코 협력업체의 김모 대표는 “포스코가 원가 절감하는 통에 협력업체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10억원 받던 공사를 7억5000만원까지 깎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된 플랜트 제조업체 성진지오텍의 경우 올 3월 1만5000원에 달했던 주가가 16일 9650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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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플랜트산업에 쓰이는 금속단조 제조업체 태웅의 주가도 올 초 3만9250원에서 현재 반 토막 난 상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장비업체들도 일감 부족에 허덕인다. 삼성과 LG의 투자가 줄어서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반도체·LCD 투자 금액은 4조5000억원대. 1, 2분기보다 각각 2조원 안팎 줄었다.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3라인과 삼성전자의 화성 시스템반도체 17라인의 완공 시기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투자를 4조원 이하로 줄일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는 “이 분야 설비투자가 12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비업체 대다수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엔유프리시젼은 3분기 48억81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부 업체는 매출이 지난해 3분기의 3분의 1까지 줄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한국지사의 강인두 사장은 “양산 라인 증설이 있어야 장비업체의 실적이 좋아지는데 중국 등에서 라인 증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내년에도 실적이 다소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예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협력업체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10%를 넘나드는 반면,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18개 상장사의 올 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6.5%에 그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성우하이텍은 중국과 인도·우즈베키스탄 법인을 통해 현지 GM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일이화는 인도와 터키·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을 닛산·포드·GM·폴크스바겐에 납품하고 있다. 해외업체에 납품하는 현대·기아차 협력사는 2002년 7개에서 2010년 165개사로 늘었으며, 수출금액도 3조3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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