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따로 가는 ‘근혜노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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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경남 김해시 주촌면 동산전자의 전원코드 생산라인에서 여성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경제민주화 공약 최종판을 내놨다. 대기업 개혁보다는 공정 경쟁을 강조한 내용이다. 박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으로 경제 약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안한 대·중소기업 공정 경제, 경제 약자 보호 등의 방안은 대폭 수용했지만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수위를 낮췄다. 당초 김 위원장은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대규모 기업집단법 제정 ▶대기업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을 건의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빠졌다.

 박 후보는 대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제도 폐지 ▶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규제) 강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진주 혁신도시 건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종인안이 많이 빠졌는데 앞으로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방안에 변동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발표된 게 확정안”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공약 발표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해 “주로 규제 위주로 돼 있는데 그것으로는 안 된다”며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잘못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학계 일각에선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이 빠졌다는 점을 들어 ‘후퇴’라고 주장한다. 실제 이날 발표된 경제민주화 공약은 대부분 대기업의 잘못된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잘못된 행위를 조장해 온 ‘구조’를 뜯어고치는 정책은 많지 않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박 후보의 변화와 함께 한계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변화는 박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내놓았던 행위 규제 위주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재벌 구조개혁의 체계적인 그림을 내놓지 못한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후퇴로 보지 않는다. ‘김종인 색깔’이 다소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규제 강도가 세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 대부분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영활동에 방해가 되는 내용”이라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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