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책 탁상공론 안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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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20일 발표한 전.월세 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단기적으로 전.월세 자금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민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생애 첫 주택구입자금 대출 대상을 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주택까지 확대함으로써 매년 전.월세값 파동을 겪는 서민이 내집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없이 서둘러 대책을 내놓다보니 재원 및 택지 확보방안 등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전.월세자금 대출확대=영세민 및 서민은 전세 보증금의 70%까지 빌릴 수 있게 돼 전.월세값 상승에 따른 돈 걱정을 다소 덜게 됐다. 지역에 상관없이 1천5백만원으로 제한했던 영세민 전.월세자금을 지역별로 현실화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월세에 거주하는 영세민은 월세를 전세로 환산(연리 12% 적용)한 금액을 기준으로 이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예를 들어 1천만원 보증금에 매달 10만원의 월세를 낸다면 전세금은 2천만원(1천만원+(10만원×12개월)÷0. 12)이 되므로 1천4백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은 월세 전환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증금만을 기준으로 빌려주는 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지원 한도액을 늘렸어도 큰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중 금리가 많이 내려간 만큼 7~7.5%인 대출 금리를 이번 기회에 더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국민임대주택 20만가구 공급=1998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짓기 시작한 국민임대주택은 올 상반기까지 3만2천7백가구가 공급됐다. 따라서 목표를 채우려면 앞으로 16만7천3백가구를 더 지어야 한다.

건교부는 주택 수요가 많은 20만가구 중 60%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공급한다는 방침 아래 앞으로 이 지역에 9만5천3백19가구를 더 지을 계획이다.

나머지는 ▶부산 1만2천가구▶대구 9천7백94가구▶광주 6천가구▶대전 7천6백가구▶울산 5천가구▶지방도시 3만1천7백87가구를 짓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짓기 위해선 4조2천5백여억원의 재원과 1백5만평의 부지를 추가 확보하는 게 과제다. 건교부 추병직 차관보는 "당.정협의 및 지자체 협의결과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재원과 택지확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거주하게 될 국민임대주택은 대중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에 지어야 실효성이 있는데 적합한 땅을 제대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용도가 정해진 국민주택기금의 경우 임대주택 자금지원을 늘리면 재개발 사업 등 다른 사업자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돼 기금을 확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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