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외길 기차의 종착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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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13보(141~156)=바둑의 수읽기는 어떤 때 보면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 흡사합니다. 궤도 안에 들어온 이상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는 순간 파멸이 있을 뿐이지요. 이제부터의 수읽기가 그렇습니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고수들의 눈엔 이 모두가 ‘외길’인 것이지요.

 구리 9단은 141로 끊었는데 이 수 외에 다른 수가 없습니다. ‘참고도1’ 흑1로 넘는 것은 백2로 잇는 순간 A의 삶과 B의 절단이 맞보기가 되어 흑이 망하고 맙니다. 141로 끊긴 이상 백 대마는 살기 위해서는 오직 흑을 잡는 길밖엔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죽은 걸까요. 구리의 143을 보면서 구경꾼들은 묘한 느낌에 휘말립니다. 이게 무슨 수인가. 왜 이렇게 패 모양을 많이 만드는 것일까. 당시만 해도 구경꾼들은 ‘4패’라고 하는 기상천외의 형태가 나타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하나 지금 와서 보면 구리는 143때 이미 ‘4패’를 예상했다는 게 드러납니다.

 아무튼 144에 145로 차단하자 이세돌 9단은 146으로 나갑니다. 백의 자랑은 153 때 154로 젖히는 수였어요. 흑이 ‘참고도2’처럼 차단했다가는 백12까지 흑은 파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구리는 부득이 155로 두었고(사실은 143 때 이미 봐둔 수순이지요) 백도 156으로 탈출했습니다.

 문제는 위쪽 흑백의 수상전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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