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쓰는덴 '일등' 보안엔 '꼴등'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인터넷보급률.웹사이트수 증가율 등에서 1위지만, 보안서버 보유대수는 26위에 불과한 등 보안분야는 바닥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본지가 단독 입수한 OECD의 '커뮤니케이션 아웃룩(통신시장 전망)2001' 보고서에 따른 것. 이 보고서는 OECD 과학기술산업국이 2년에 한번씩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하는 것으로, 올해는 30개 회원국 중 지난해 가입한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29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국내에서 '코드레드웜 바이러스' 등에 의한 피해가 큰 것은 보안서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국가별 비교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보안이 안된 서버는 정보 유출의 위험으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쇼핑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이 정보기술(IT)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 보완이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한국 인터넷산업의 장.단점〓1백명당 인터넷 이용자(2000년 1월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23.2명으로 1위였다. 다음으로 스웨덴(23.0).덴마크(21.3).캐나다(20.2).미국(18.2) 등의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함께 OECD에 가입해 있는 일본은 19위(8.2명)였다.

한국은 웹사이트수 연평균 증가율도 1천7백65.8%로 2위 독일(5백77.4%)에 압도적으로 앞섰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28위와 꼴찌였는데, 이들 국가는 이미 98년 조사 당시 많은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증가율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은 초고속인터넷보급률(2000년 12월 기준)도 인구 1백명당 9.2명으로 선두였다. 2위 캐나다는 4.54명에 불과했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가입자가 지난 6월 말 현재 6백25만명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안서버 분야였다. 한국이 보유한 보안서버(2000년 7월 기준)는 인구 10만명당 0.52대에 불과해 26위였다.

1위인 아이슬랜드(24.14대)의 45분의1, OECD국가 평균치(8.30대)의 16분의1이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폴란드.멕시코.터키 3개국뿐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관계자는 "보안이 안된 서버는 해킹.바이러스유포 등 사이버테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며 "일반 기업체는 물론 국가기밀을 다루는 정부기관에도 보안서버가 턱없이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통부가 올 초 48개 중앙행정기관을 조사한 결과 서버에 침입탐지시스템을 설치한 기관은 7곳에 불과했다. 또 국방부.국가정보원을 제외한 대부분 기관에 정보보호시스템을 관리.운용할 전문인력이 부족해 사이버테러를 효과적으로 막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지적됐다.

◇ 대책〓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안서버만 늘릴 것이 아니라 ▶보안인력의 확충▶추진조직 확대▶정보보호제품 기술개발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통부는 연말까지 전산 관련 공무원 1천명을 대상으로 정보보안교육을 실시 중인데 대상 공무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윤 기자 hj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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