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도 비디오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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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30분짜리 비디오 테이프 한 개 때문에 시끄럽다. 지난해 10월 남부 레바논의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활동중인 인도 병사가 찍은 이 비디오에는 당시 헤즈볼라 게릴라가 이스라엘 병사 세 명을 납치할 때 사용한 차량 등 납치 상황을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엔이 확보하고 있는 이 비디오를 놓고 헤즈볼라 게릴라와 이스라엘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9일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수장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레바논 영토에서 촬영된 이 비디오를 이스라엘에 넘겨 줄 경우 유엔을 이스라엘의 스파이로 간주하겠다" 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병사들이 아직도 납치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편집되지 않은 원본 비디오에 대한 시청을 요구하고 있다. 납치범과 납치 상황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평화유지군 소속 인도 병사가 뇌물을 받고 납치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온 이스라엘 정부는 유엔이 비디오의 존재조차 숨겨 오다가 지난 5일에야 사실을 밝히자 더욱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납치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고는 있으나 유엔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헤즈볼라측은 남부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평화유지군의 중립성을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헤즈볼라가 비디오 테이프를 이스라엘에 넘겨 줄 경우 적에 대한 스파이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평화유지군에 대한 신변 위협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인 것이다.

조강수 기자<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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