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고연비·친환경 선박 개발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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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용접 작업 중인 유조선의 모습. 배 옆면엔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직사각형 철판(세이버 핀)이 부착돼 있다. [거제=한은화 기자]

지난달 20일 경남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 조선소 작업장. 11만5000t급 유조선의 선체를 잇는 용접 작업이 이뤄지는 중이었다. 유선형으로 매끈한 배 옆면엔 길이 2m, 높이 40㎝의 직사각형 철판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멀리서 보면 꼭 생선 지느러미 같은 이 패널의 공식 명칭은 ‘세이버 핀’이다. 배가 움직일 때 물과의 마찰을 줄여 연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황보승면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장은 “240m에 달하는 선체 길이에 비하면 세이버 핀은 아주 작은 판에 불과하지만 없는 선박보다 5%가량 연료가 덜 들어 선주사들이 이를 장착한 배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대형 조선업체들은 친환경 선박을 R&D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고유가로 연료비 걱정이 많은 선주사를 겨냥한 전략이다. 기름을 많이 먹는 컨테이너선의 선주사들은 고유가 탓에 아예 ‘과속 금지령’을 내릴 정도다. 배 속도를 높이면 그만큼 물의 저항을 강하게 받아 연비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보 소장은 “기름값이 오를수록 선주사들이 연료비가 많이 드는 옛 선박을 해체하고 연비 좋은 선박의 발주량을 늘릴 것으로 보고 고연비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의 경우 배 연비를 높이기 위해 선체 디자인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물의 저항을 줄이려고 배 밑 물에 잠기는 부분의 폭을 줄이고 길이를 늘려 홀쭉하게 만들었다. 프로펠러 모양도 달라졌다. 선박 종류에 따라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날개의 개수와 각도 등을 달리하는 식이다. 인공위성으로부터 기상 정보를 받아 역방향 파도가 덜 치는 항로를 찾아낼 수 있는 운항예측시스템도 선주들 사이에서 인기다

 올해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기존 대비 30%가량 줄이도록 의무화해 업계에서는 고연비의 친환경 선박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들어 IMO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배기가스 규제에 나서고 있다. 2016년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제한하는 대기오염방지 3차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올 7월 선박용 배기가스 저감 설비를 자체 개발해 선박에 장착했다. 황보 소장은 “세계 각국에서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조선업체마다 살아남기 위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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