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구분 말고 외국처럼 ‘통합 체육’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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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등록장애인 수는 약 252만 명이다. 2006년 약 197만 명이었지만 5년 만에 50만 명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도 장애인의 체육활동을 위한 제도나 지원은 미비하다. 예산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그러나 얼마나 도울 것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도우냐다.

 한국체대 한민규(특수체육교육학) 교수는 “적극적으로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체육활동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통합 체육활동이란 말 그대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종목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을 말한다. 휠체어 농구에 비장애인이 참가하는 경우가 좋은 예다.

 선진국에서는 통합 체육활동이 일반적이다. 유럽에서는 골볼이나 휠체어 테니스 같은 종목에서 비장애인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부터 통합교육의 하위 개념으로 통합 체육활동을 실시해왔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특수학교에 보내는 대신 일반학교에서 가르치면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체육활동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주의 통합체육은 더 적극적이다. 호주는 지역 스포츠시설과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통합체육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아직도 사람들은 비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거나 장애인과 함께 운동을 하는 걸 의아한 눈길로 쳐다본다. 한 휠체어 농구 동호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아무런 편견 없이 경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면서도 “아직까진 그런 생각을 가진 비장애인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27개의 장애인 전용 시설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 시설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복지 선진국들은 대부분 장애인 전용 시설이 없다. ‘전용 시설’ 자체가 차별을 상징한다는 뜻에서다. 대신 일반 시설과 클럽에서 장애인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각종 혜택을 주면서 자연스러운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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