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방위비 분담률 8%P 올려라”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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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이 2014년부터 5년간 적용되는 주한미군의 방위비(NPSC·인건비를 뺀 주둔비용)의 한국 측 분담비율을 현재의 42%에서 50%로 올려 달라는 뜻을 우리 정부에 알려온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국방비 감축을 추진하면서 한국 정부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한 것이다. 본격 협상에 앞서 미국의 탐색전 성격이 짙지만, 미국 요구대로라면 2014년 한국의 미군 방위비분담금은 사상 처음 연간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 인사들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에게 방위비 분담비율 인상안을 밝혔고, 이 제안이 우리 정부에 전달됐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교·안보라인 고위 인사는 “공식 통보는 받지 못했으나 2014년부터 적용될 사안이기 때문에 본격 협상은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월 미 의회조사국(CRS)은 ‘한국과 미국 관계’라는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 관리들이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방위비 분담금 비율)을 적어도 50%까지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보고서는 2011년 한국의 분담금이 8125억원이었으며 주한미군 주둔비용 총액의 42%였다고 적시했었다.

 양국은 2008년 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2009년의 한국 측 분담금 비율을 종전보다 2.6%포인트 인상해 42%로 조정하되 2013년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최대 4%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08년 7415억원에서 2009년 76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8125억원으로 증가했다.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하는 건 올 초 미 국방부가 새로운 방위전략을 발표할 때 이미 예고됐다. 당시 미 국방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향후 10년간 5000억 달러(약 560조원)의 국방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민 정서도 있기 때문에 진전이 쉽지 않은 문제”라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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