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낚시꾼이 차린 일식집 … 바다의 맛을 낚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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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 본 ×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일식전문점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식전문점 소개한다면서 웬 고기타령이냐 하시겠군요.

최근 천안시 쌍용동 컨벤션센터 옆에 ‘카즈키’(꽃과 달이라는 뜻의 일본말)라는 일식전문점이 생겼습니다. 이집 사장 서동열씨는 10여 년 동안 바다낚시를 즐긴 프로 낚시꾼입니다. 바다낚시를 하면서 먹어 본 ‘(물)고기 맛’ 때문에 일식집 차릴 생각을 했다니 서 사장은 ‘먹어 본 ×’이고 ‘잘 먹는 ×’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서 사장의 다른 이력을 보면 더 놀랍습니다. 30대에 젊은 나이에 멋진(인테리어가 특별함) 일식전문점을 차렸으니 ‘부잣집 외동아들인가보다’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 나이에 제법 큰 규모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틀림없이 ‘부잣집 아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아니었습니다. 30대 사장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만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이었습니다. 그는 20대 초반에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년 후 독립을 선언하고 스스로 사업체를 차리고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 성공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청년 사업가더군요. 그의 말은 지금부터 소개하는 ‘카즈키’ 창업과정을 들으면 더 신뢰가 갑니다. 그에게 어쩌다 일식집을 차렸느냐 묻자 “바다낚시터에서 먹는 ‘고기 맛’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연산과 양식의 맛 차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노력하면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군요.

 서 사장의 이 같은 생각 때문에 ‘카즈키’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습니다. ‘열기’(우럭의 종자, 볼락의 사촌 정도 된다)와 ‘거북손’(따개비류) 같은 어패류가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서씨가 “내 집 드나들듯 다녔다”는 전남 신안군 가거도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어패류가 이틀에 한 번 ‘카즈키’로 배달된다고 합니다. 아참, 이집 물회는 꼭 한 번 맛 보셔야 한다는 말을 빼먹을 뻔 했군요.

 서 사장이 바다낚시를 다니며 맛보았다는 물회를 재현해 낸 것이라는데요. 그 과정이 실로 놀랍습니다. 서 사장은 고용하기로 약속한 요리사들과 함께 포항에 있다는 물회 식당을 찾아가 레시피를 알려 달라 졸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집 사장이 “죽어도 안 된다’며 완강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식당 인근에 숙소와 다른 식당 주방을 빌려 놓고 물회 맛 재현에 나섭니다. 매일 물회 식당에 들러 물회를 사먹고 돌아오면 만들어 보는 짓을 한 달 넘게 했다니 집념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카즈키’에는 전문 커피바리스타가 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커피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테라스에 앉아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 이 역시 직원들은 인건비 걱정에 반대했지만 수익보다는 손님의 ‘입맛’을 생각하는 서 사장이 고집을 피운 것입니다.

이 정도면 ‘부모 도움으로 사장된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믿음이 가지요. 이런 집에 손님이 몰리는 건 당연합니다. 개업한 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되돌아가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헤드쉐프 특별메뉴(참치+회) 15만원부터 주말특선(3만~3만5000원), 디너(4만원~6만원), 런치코스(2만~3만원), 물회정식(1만8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메뉴가 준비돼 있습니다. 4인실, 6인실로 구성돼 있고 35명이 들어가는 단체룸도 완비돼 있습니다. 주차장도 넉넉합니다. 예약문의 041-572-7700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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