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7번째, 제주 이야기 가득 채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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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홍준 교수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은 한라산 영실. 유 교수는 “진달래가 활짝 핀 영실의 능선은 행복에 가득 찬 평화로움 그 자체”라고 했다. [사진 창비]

유홍준(명지대·미술사) 교수가 대표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창비) 시리즈의 제7권 ‘제주편-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냈다.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1993년) 이래 근 20년 만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1~6권이 국내 인문서 최초로 300만 부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유홍준 교수

 13일 만난 유 교수는 “전작과 달리 제7권은 한 권을 오롯이 제주에 할애했다. 식물·지질·역사·말·도로·민속 등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사전 조언과 감수를 받은 일종의 공저”라고 말했다.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제주답사 일번지로 기록한 ‘와홀 본향당’이다. 약 400년 된 팽나무 신목(神木) 두 그루가 있는 신당이다. 제주 사람들에겐 ‘영혼의 동사무소(주민센터)’ 같은 곳이다. 해외의 제주인이 고향에 오면 본향당부터 찾는다. 본향당에서 흰 종이를 가슴에 품고 소원을 말한 다음 신목에 거는데 이를 소지라고 한다. 흰 소지를 걸어두는 제주인들, 처음엔 미신이라고 여겼으나 알아가면 갈수록 제주 문화의 핵심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의 기부문화도 특기할 만한데 본향당을 찾는 이들 사이에 ‘능력껏 보시한다’는 전통이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4·3사건’을 쓸 때다. 흔히 ‘4·3민주항쟁’이라고 하는데, 경찰서를 남로당 청년단원들이 공격하며 시작된 사건을 어떻게 민주항쟁이라고 하는가. 경찰의 가혹한 진압 방식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경찰서가 공격 당했는데 가만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란 점에서 나는 사건으로 부른다.”

 유 교수는 “제주를 이끌어온 해녀가 점점 줄어 이제 40대는 없고 50대가 젊은이로 통한다”며 “해녀의 경험과 리더십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20∼30년 후엔 완전히 사라질 제주어 사전이라도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한라산 영실을 꼽았다.

 제7권은 전자책도 함께 출간됐다. 유 교수는 내년에 정년을 맞는다. 하지만 ‘문화유산 전도사’에게는 정년이 있을 수 없다.

 “제8권 ‘충북·경기·가야, 그리고 섬이야기’에 독도 이야기를 실을 예정입니다. 제9권 ‘일본 속의 한국문화’, 제10권 ‘중국 지안(集安) 지역-동북공정과 고구려’(가제)도 구상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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