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럴림픽] 첫 금 권총 박세균, 농구선수였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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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균이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 경기 도중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휠체어 농구선수 출신 사격 금메달리스트와 4년 전 아쉬움을 되풀이한 선수.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왕립 포병대대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SH1(척수 및 기타장애) 결선에서 박세균(41·청주시청)은 터키 선수와 슛오프(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따냈고 이주희(40·강릉시청)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 패럴림픽에서 나온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자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에서 나온 승전보였다.

 4년 전 베이징에 이어 두 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명중한 박세균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뒤 택한 스포츠는 사격이 아닌 농구였다. 학창 시절 농구를 즐겨 했기 때문이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는 농구 대표팀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사격의 매력에 빠져 귀국한 뒤 ‘전업’을 결심했다.

 새로운 종목에 대한 열정과 피나는 노력으로 성적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결국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남자 혼성 5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4년 뒤, 예상치 못했던 금메달을 대회 첫날 따내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편 이주희는 베이징에 이어 다시 한 번 박세균의 옆을 지켰다. 4년 전 박세균이 시상식 맨 위에 오를 때 은메달리스트였던 이주희는 다시 찾아온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번엔 금메달을 따내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는 출사표를 던졌던 그가 결선에서 잠시 주춤했던 게 메달 색깔을 바꿔놓았다. 이주희는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5·6번째 총알이 8점대를 맞아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런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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