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환, 지역구 물려준 문대성에게 5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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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4·11 총선 후보자들의 후원금 내역에선 전·현직 국회의원이 동료 출마자를 후원하는 ‘품앗이’가 두드러진다. 이 중엔 후원금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모두 당에서 쫓겨난 기연도 있다. 현기환 전 의원과 문대성 의원이 당사자들이다. 현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자신의 지역구(부산 사하갑)를 물려받은 문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의원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이후 논문 표절 의혹으로 새누리당에서 등 떠밀려 탈당했다. 현 전 의원도 돈 공천 의혹 사건으로 제명이 결정된 상태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를 폭로했던 고승덕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해 총선 출마 기회도 얻지 못했지만 같은 당 김성태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고 전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성태 의원을 ‘발로 뛰는 정치인’이라며 자신의 롤 모델로 지목했었다. 간호사 출신으로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 이애주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전재희 전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무성 전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부산 남구을)를 물려받은 서용교 의원과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보냈다.

 민주통합당에선 이계안 전 의원이 서울 금천구에 출마한 이목희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의 이계안 전 의원과 노동운동가 출신의 이목희 의원은 상반된 경력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상대 동기로 친구 사이다. 강성종 전 의원은 경기 시흥갑에 출마했던 같은 당의 백원우 전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강 전 의원과 백 전 의원은 현재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 함께 몸담고 있다.

 ‘직연’도 눈에 띄었다. 한화·태광 비자금 수사를 지휘하다 옷을 벗은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은 검사 출신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에게, 법무부 차관을 지낸 김학재 전 의원은 법사위원장인 우윤근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후원했다. 낙선한 배우 출신 민주당 문성근 후보에겐 영화감독 강우석·이창동·김유진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가 후원자로 올랐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자엔 아들인 탤런트 송일국씨가 이름을 올렸다. 송씨는 어머니에게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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