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기업 1만명, 이 장면보고 한국관광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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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9일부터 ‘1년 연임’ 근무를 시작하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서울 다동의 집무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동연 선임기자]

1954년 독일 출생. 독일 이름 베른하르트 콴트(Bernhard Quandt). 78년 처음 한국에 와 86년 귀화했다. ‘방송인 이한우’(李韓佑)로 활동하다 2001년 이참(李參)으로 이름을 다시 바꿨고, 2009년 7월 한국관광공사 사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지난 23일 그의 연임이 확정됐다.

 “외국인 1호로서 한국 정부의 주요 기관장이 됐다는 책임감과 보람으로 3년을 살았습니다.” 29일부터 ‘1년 연장 근무’에 들어가는 이참 사장은 이외로 담담해 보였다. 3년 전, 귀화 외국인 최초로 공기업 사장에 임명된 직후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던 때와는 달랐다.

 “관광은 한 나라의 관상과 같습니다. 얼굴이 관상을 반영하지만 얼굴 관리에 따라서 운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 역할은 우리나라의 관상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 지난 3년이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힘을 아끼지 않았다. 신장 결석 제거 수술을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기도 했다. 주말에도 출장이 잦다 보니 가족에게 많이 미안했다.” 이 사장은 소위 ‘현장형 사장’으로 통한다. 지난해 국내 출장만 35차례 다녀왔다고 한다. 한 달에 세 번꼴이다.

 - 역대 사장 중에 연임에 성공한 분들이 드문 것 같다. 지난 20년 동안은 아무도 없었다.

 “관광 인프라 구축이나 관광 스토리텔링 제작 등 주요사업의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못했다. 안타깝다. 아직 마치지 못한 임무를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1962년 관광공사 창사 이후 연임을 한 사장은 이 사장이 5번째라고 한다.

 - 임기 중 외국인 입국자가 급증했다.

 “신종 플루, 천안함 피격 사건 등 여러 악재에도 외국인 입국자가 해마다 100만 명씩 증가했다. 사주를 봤는데, 내게 관운이 있다더라. 운이 좋았다.”

 외국인 입국자 수는 2009년 782만 명, 2010년 880만 명, 2011년 979만 명이다. 올해는 상반기 현재 523만 명이다.

 - 지난해 중국 바오젠 그룹 직원 1만1000명이 한꺼번에 입국해 화제가 됐다.

 “당시 우리 언론은 바오젠 그룹 방한으로 286억원의 소비지출이 이뤄지고 516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다는 것만 집중 보도했지만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2009년부터 바오젠 그룹 CEO와 접촉하면서 나는 ‘당신들이 한국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놓고 설득했다. 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땐 밤에 동대문 시장으로 데리고 갔다. 열심히 일하는 우리 상인들을 보여주며 ‘한국의 성공 요인이다. 이들의 파이팅 스피릿을 챙겨가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크게 감동했고 내년에 다시 1만5000명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 가장 뿌듯했던 일은.

 “지난해 가족과 함께 전국 일주 가족휴가를 떠난 일이다. 보름 동안 손수 운전해 전국을 한바퀴 돌았다. 내가 소문 내면서 장기 휴가를 갖다 온 뒤로 일부 대기업들에서 장기 휴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들었다.”

 - 새 임기 목표는.

 “세계에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한국이 인식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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