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채 투매 사태 금리 7.5%선마저 뚫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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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페인 경제에 대한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스페인 국채는 일단 팔고 보자는 투매가 일었다.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의 수익률은 23일 오후 10시(한국시간) 현재 연 7.5%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7.56%에 이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주 말보다 0.2%포인트(20bp) 이상 뛴 것으로,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스페인 국채의 금리는 지난 19일 7% 선을 넘어선 이후 사흘 연속(거래일 기준) 고공행진을 벌였다. 이날 스페인 금리는 이탈리아가 구제금융 벼랑 끝에 몰린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부담했던 금리(7.2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날 스페인 채권 투매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앞장섰다. 로이터통신 등은 “스페인의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불거져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스페인 경제가 올 2분기에 -0.4%(전 분기 대비) 성장한 것으로 이날 발표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1분기(-0.3%)에 이은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실물경제 침체는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스페인이 은행 구제금융에 이어 전면적인 추가 구제금융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임시 구제금융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지난달 말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를 근거로 지원에 나설 순 있다. 하지만 EFSF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치 않아 스페인 국채 투매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상설 구제금융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구(ESM)는 독일 내 헌법소원 때문에 9월 12일까지 출범하지 못한다. 유로존의 위기대응 능력이 약해진 시기에 스페인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다급해진 스페인 정부가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에 채권 매입 등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ECB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 여파로 미국 달러와 견준 유로화 값이 한때 1.2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스페인 위기는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다. 한국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4% 떨어진 1789.4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 증시가 2.99%, 중국 상하이 증시는 1.26% 하락했다. 스페인 증시는 20일 5.8% 급락한 데 이어 23일에도 2% 이상 낙폭을 키웠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스페인 금융 당국은 3개월간 모든 주식에 대해 공매도 금지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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