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아니니까, 신나게 놀 수 있어 좋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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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의 MUST’를 1년 동안 이끌어온 가수 윤도현. “방송용으로 보일 법한 질문은 일부러 피한다. 그런 진심이 팬들과 통한 것 같다”라며 웃었다. [사진 Mnet]

“공연이 아닌 방송에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은 처음인 것 같아요.” (‘봄여름가을겨울’ 보컬 김종진)

 25일 오후 7시 서울 상암동 ‘윤도현의 MUST(Mnet)’ 녹화 현장. 1986년 데뷔한 관록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지난해 얼굴을 알린 신예밴드 ‘톡식’이 한 무대에 섰다.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에 300석 규모의 작은 스튜디오가 열기로 가득 찼다. 그간 ‘레게 특집’ ‘아이돌과 밴드의 협연’ 등 독특한 무대를 선보여온 프로그램다웠다.

 가수 윤도현(40)이 그의 이름을 내걸고 이끄는 음악 프로그램 ‘윤도현의 MUST’가 내달 5일 1주년을 맞는다. 토요일 밤 12시 케이블에서 방영된다는 한계에도 다양한 실험을 하며 자리 잡았다. ‘봄여름가을겨울’ 등 실력파 뮤지션이 복귀 첫 무대로 이곳을 택했다. 윤도현과 게스트의 협연 무대는 팬들을 매료시켰다. 윤도현을 서울 스튜디오 대기실에서 만났다.

 -벌써 1년이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2008년 끝내고, 음악 프로그램 진행을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게다가 케이블은 지상파와 달리 처음부터 모든 걸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그런 점이 오히려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엔 ‘왜 하냐’고 묻던 지인들이 이제는 출연하고 싶어하고, 방청 신청도 쇄도한다.”

 -어떤 점이 음악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미스에이 같은 아이돌부터 밴드까지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무대를 꾸미고 있다. 리쌍의 경우 아예 그들만의 무대로 한 시간을 꾸몄다. 지상파 같았으면 쉽지 않은 편성이다. ‘러브레터’가 세종문화회관 공연이라면 이번 프로그램은 한여름 야외 록페스티벌이다. 뮤지션과 관객과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교감이 좋을 수밖에 없다.”

 윤도현의 매끄러운 진행도 한몫 했다. 그는 최근 ‘정글의 법칙(SBS)’ ‘한밤의 TV연예(SBS)’ ‘윤도현의 MUST(Mnet)’ 등 3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올해 MC로 유독 활동이 잦다.

 “사실 그 동안 연예인임을 부정하고 살았다. 록밴드 보컬이 TV에 나오는 것에 대한 견제, 유명세를 치르며 겪는 상업적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후 많이 자유로워졌다. 우리 음악에 자신감을 갖게 된 거다. ‘내가 연예인이라는 걸 부정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 활동을 즐기고 있다.”

 -진행자 윤도현의 매력이라면.

 “청산유수는 절대 아니다. 다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진짜 듣고 싶은 얘기를 질문하자’고 매번 다짐한다. 그런 진심이 통한 게 아닐까. 또, 내 입에서 고급단어가 나오려고 하면 다시 구겨 넣는다. 나랑 안 어울리니까.”(웃음)

 -방송활동이 음악에 지장을 주지는 않나.

 “그랬다면 당연히 안 했을 거다. 록페스티벌 등 공연 현장에서 우리가 안 보이는 이유는 일부러 떨어져 있기를 택해서다. 먼발치에서 우리의 음악에만 집중해보려고 한다. 새 앨범은 내년 늦은 봄에 나온다.”

 -활동 반경이 끝이 없는 것 같다.

 “더 진취적인 일을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실 YB의 계획은 늘 같다. 전세계를 돌면서 공연하는 거다. 일본에서 7월 말 첫 쇼케이스를 연다. 우리가 아이돌이 아니어서 거기서는 다시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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