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명문구단 현대, 전격 매각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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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고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해온 프로농구 현대 걸리버스가 금강고려화학(KCC)에 전격 매각되자 그 배경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경영난으로 구조조정 압력을 받아온 현대전자측은 반도체부문을 제외한 모든 불필요한 사업 부문을 매각 또는 분사한다는 방침에 따라 농구단의 매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영난에 빠진 현대전자는 이미 오래전 농구단을 팔 계획이었지만 경기도 나쁜데다 매각대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쉽게 임자가 나타나지않았다.

현대의 형제계열사들도 대부분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어 매각은 난항을 겪었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동생 상영씨가 경영하고 있는 KCC의 경우 자금여력은 있지만 이미 여자프로농구 현대건설의 운영비를 대주고 있었던 상황이라 협상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전자가 KCC에 농구단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받게되는 대금은 72억원. 이 금액에는 신선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 용인 마북리의 체육관 및 숙소 등이 모두 포함돼있지만 최소 200억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평가되는농구단의 잠재적 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헐값이다.

경제 상황과 농구단의 성적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로가 SK에 농구단을 넘기면서 받은 돈이 200억원이고 신세기가 대우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돈이 106억원이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전자 측은 "매각 대금에 농구단의 홍보효과 등 잠재적 가치는 모두 배제한채 체육관과 비품 등 부동산과 동산의 시가만 받고 팔았다"고 밝혀 사실상 형제계열사인 KCC에 농구단을 떠안긴 셈이다.

매각에는 합의했지만 농구단은 올시즌이 모두 끝날 때까지 현대전자 소속으로경기에 출전하게 되고 KCC는 한국농구연맹(KBL)에 가입비를 내고 팀등록을 허가받아야 모든 인수 절차가 끝난다.

현재 가입비는 인수 금액의 15%로 돼 있지만 15억원이 하한선이어서 KCC가 현대농구단을 인수하는 비용은 총 87억원이 될 전망이다.(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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