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뢰도 높지 않다" 진념 부총리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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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다시 뛰는 우리 경제, 한국 경제의 비전' 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국민의 정부 3년 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반성이 나왔다.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온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준비된 원고를 읽는 대신 "외환위기에서 너무 빨리 회복된 것이 많은 사람들을 자만에 빠지게 했다" 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을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고 말했다. 陳부총리는 "이제까지 정부는 정책을 홍보만 하려고 했지, 수요자인 기업과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정책을 설명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며 "앞으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정책을 결정하고 정해진 정책은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겠다" 고 강조했다.

실물부문 주제발표에 나선 금융연구원 정한영 박사는 "올들어 금융시장 기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강력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힘입어 기업의 신용위험이 일시 유예됐기 때문" 이라며 "시장 기능이 자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4대 개혁의 기본을 마무리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시장 하부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정박사는 또 "콜금리가 장기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 중앙은행이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한 신축적인 금리 정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며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감세(減稅)와 국채 발행 등 재정정책으로 대처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금융부문 발표자인 금융연구원 차백인 박사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자산의 정리와 대대적인 인력조정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생산성이 개선됐다" 고 말한 뒤 "대형화와 겸업화를 통한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와 내부통제 및 회계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중수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조기 졸업이라는 표현이 국민의식의 해이를 불러왔다" 며 "선거 같은 정치일정 때문에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시키는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 고 지적했다.

金교수는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 비해 노동시장과 공공부문의 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며 "특히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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