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002년 이 모습처럼 막판 단일화 승부수로 대역전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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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노무현·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11월 15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여의도의 한 포장마차에서 러브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대선 스케줄에 대한 ‘이해찬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11일 당 상임고문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선 후보 확정은 9월 중순께나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9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6월 한 달 준비해서 가능한 한 우리 당 후보를 이른 시일 내 경선을 통해 뽑겠다”고 했던 것과는 다른 얘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추진 시점에 대해서도 “11월 초는 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단일화 방식 등에 대한 양측의 협상에만 두어 달은 족히 걸릴 거라는 판단에서다. 대선이 12월 19일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전에야 판이 짜여지는 셈이다.

 여기엔 올림픽의 영향이 크다. 런던 올림픽은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다. 이 대표가 당초 생각했던 대선 경선 시점의 한복판에 끼여 있다. 경선 흥행을 꾀해야 하는 상황에서 올림픽은 비껴가야 할 재료다.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순회하는 경선 기간을 한 달쯤으로 잡으면 올림픽 종료 직후 시작해도 9월 중순께 후보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한 셈이다.

 이런 구상은 여러 면에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과 닮았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건 2002년 4월 27일이었다. 하지만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야권 단일 후보가 된 건 한참 뒤인 11월 24일이었다. 당시엔 한·일 월드컵이 대선 국면의 조기 점화를 막았다. 하지만 대선을 고작 25일 앞둔 시점에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노 후보의 지지율이 치솟자 이회창 후보 쪽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번에도 이 대표는 막판 단일화로 ‘외통수’를 노리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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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지형도 2002년과 흡사하다. 절대 강자 한 사람과 비슷비슷한 두 사람이 다투는 형국이다. 당시 11월 21일 조사된 한 여론조사에서 나온 지지율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37.4%, 노무현 후보 23.8%, 정몽준 후보 22.3%였다. 노·정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야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가 단일화의 동력이 됐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다자 대결에서도 최고 4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 원장은 20%대 초반,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10%대 초반이다. 야권 후보를 단일화해야 승부를 걸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방식에선 10년 전과 차이가 날 수 있다. 2002년엔 정 후보 측이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노 후보 측이 수용하면서 매듭을 풀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민주당 대선 경선의 역동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 대표가 “선거인단 300만 명을 모을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형 정치 이벤트를 거쳐 선출된 민주당 후보라면 누가 돼도 정당 기반 없는 안 원장과의 승부에서 유리할 거란 판단에서다. 여기에 안 원장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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