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3인 ‘최후의 선택’ 온도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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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누리당에서 같은 비(非)박근혜계 대선 주자라 하더라도 경선 참여와 거부, 탈당 등 최후 선택의 수위를 놓고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오·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의 거리를 기준으로는 같은 그룹이지만 정치적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는 뜻이다. 박근혜계 핵심 인사는 12일 “세 사람이 경선 초반 국면에는 함께해도 12월 대선 이후 차차기를 놓고는 갈라질 수밖에 없다”며 “김문수 지사는 차차기가 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후보 중 박근혜계에 대해 가장 강경한 쪽은 이명박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이다. 그는 대리인 협상을 통해 ‘후보등록 거부’란 공동전선을 편 데 이어 11일 밤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탈당과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가만있든지, (당을) 나가든지 택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바둑을 둔 것”이라며 “(비박은 털고 가겠다는)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게 당권파의 속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국면에 크고 작은 정계 개편이 있기 마련이고 대선이 가까워지면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겠느냐”며 정계 개편 가능성도 열어놨다.

 정몽준 의원은 “박 전 위원장 추대 경선에 들러리를 설 생각은 없다”면서도 “야권은 뭉치는데 탈당으로 여권 분열을 만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측 대리인인 안효대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특정 후보 추대를 위한 경선을 따르든지, 경선 출마를 포기하든지 굴종의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러나 “당이 박 전 위원장 추대로 대선 패배의 길을 가더라도 정 의원은 7선 의원으로서 당의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또 새누리당을 탈당하면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두 사람과 달리 김문수 지사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과 경선 룰을 놓고 싸우더라도 지사직에 복귀한 뒤 2017년 재도전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경선 참여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19년을 지켜온 당을 탈당하는 일은 안 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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