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 스쿨' 2000년 웹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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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기업들에게 올해는 위기의 한 해였다. 그리고 그 위기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인터넷 업계는 한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2000년을 마무리하며 포털·쇼핑몰·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커뮤니티·온라인광고 분야를 결산 정리한다.

새천년이라는 장밋빛 희망으로 출발했다. 닷컴기업들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았다. 21세기라는 큰 흐름은 모두 인터넷이라는 커다란 물줄기로 흐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모두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닷컴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고, ‘수익모델’이라는 용어가 인터넷 업계의 경전처럼 받아들여졌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폭락과 잇단 벤처 금융사고로 인해 인터넷 기업으로 향하던 자금이 말라붙었다.

인터넷 기업이라면 묻지 않고 투자자들이 몰리던 상황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추가 펀딩에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바랐던 신생 벤처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거품이 빠진 자리에 알짜 기업들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각 분야별로 상위권 업체들은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시장을 호령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기를 거치며 인터넷 업계는 생존을 위해 그 모습을 드러낸 한 해였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검색·커뮤니티·여성·증권·금융·교육 등 분야별 전문 포털을 내세우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빅3 위주로 시장이 압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과 야후가 1∼2위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으며, 라이코스는 엔터테인먼트를 특화시킴으로써 안정적인 3위권에 진입했다.

온라인 쇼핑몰 업계는 올 한 해 ‘가격’과 ‘편의’를 강조한 다양한 서비스를 확충해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B2B 돌풍으로 B2C를 지향하는 종합 쇼핑몰들은 한동안 한물 간 인터넷 사업쯤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쇼핑몰 전체의 기반이 넓어지고 사용자들이 증가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 분야별 전문몰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나 이 분야 역시 대형 쇼핑몰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중이다.

게임시장은 온라인 게임의 돌풍이 이어진 한 해였다. 리니지 누적 회원이 8백만을 돌파했으며, 한게임 등 인터넷 게임 사이트들도 성공을 거두었다. 만화·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사이트는 올 한 해 가장 주목을 받았다.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등 오픈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몇 달 만에 수백만의 회원을 끌어모으는 대단한 돌풍을 보여 주었다. 특히 ‘아이러브스쿨 신드롬’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준 동창생 찾기 붐은 인터넷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온라인 광고는 효과에 대한 논란 속에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곧 라디오와 잡지광고 시장을 추월할 전망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불어닥친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기대만큼 큰 폭의 성장을 하지는 못했다. 또한 상위 10개 회사가 전체 광고시장의 90%를 독식하는 기현상은 여전히 계속됐다. 미디어랩의 등장으로 정확한 광고효과에 대한 분석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편중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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