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직업이 ③ 해양건축가

중앙일보

입력

해양건축가 임태형씨가 설계를 구상한 건축 모형 앞에서 웃고 있다.

물위에 떠 있는 건축물과 인공섬. 이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땅을 넘어 물위에 건축물을 짓는 이들을 해양건축가라고 부른다. 틴틴중앙 신(新) 직업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은 해양건축가 임태형(32) 경암건축 소장이다. 그는 K-Pop공연장이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야경을 꾸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플로팅 스테이지를 설계했다. 그에게 해양건축이 무엇이고, 해양건축가가 하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건축가가 하는 일을 무엇인가요.

“건축의 디자인과 설계부터 건설 현장 감독까지 합니다.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일을 한다고 볼 수 있지요. 시공·토목 같이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전 분야를 다 알아야 하니까요.”

-해양건축물을 설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크고 긴 한강을 건축물을 통해 사람과 가깝게 만들고 싶었어요. 환경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땅은 건물들로 꽉 차있잖아요. 계속 땅에만 건물을 짓는다면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배를 만드는 기술이 탁월하잖아요. 이런 기술을 건축과 접목시키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

-건축가가 되는 전공과 관련 시험은 무엇이 있나요.

“건축가 대부분이 건축학부를 전공해요. 5년제인 건축학부를 졸업하면 5년 간의 실무 경험을 쌓은 뒤에 건축사 자격증을 시험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요. 시험 합격자는 응시자의 5%예요.”
 
-설계와 시공할 때 해양건축물과 일반 건축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해양건축물은 부선(艀船·바닥이 평평한 배)에 건물을 붙이는 형태예요. 접합이 잘돼야 하고, 소재가 물로 인해 변하면 안되고, 가벼워야 하지요. 하지만 주차 도로와 사람의 접근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아도 돼 해양건축물은 설계와 시공이 더 자유로워요.”
 
-해양건축가가 꿈이었나요.

“초등학생시절 도면을 그리고 플라스틱을 잘라 붙여 모형 배 만드는 게 취미였어요. 초2때 종이를 오려 남대문을 만드는데 담임선생님이 처마의 곡선을 잘 살렸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중1때는 기술 과목 선생님이 제가 그린 설계도면을 보고 ‘정말 잘 그렸다’며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셨어요. 그때 쾌감을 느끼고 자신감이 생겨 건축가의 꿈을 갖게 됐어요.”

-어떤 자질을 길러야 할까요.

“수학·미술·음악 같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다양하게 해보세요. 건축가마다 잘하고 추구하는 분야가 다르잖아요.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하면 예술적 건축물을, 수학을 잘하면 공간 활용을 잘한 건축물을 만드는 식으로 잘하는 분야를 접목하는 거지요. 자신의 생각을 그림이나 모형 글로 잘표현하는 능력도 중요하지요. 그림 실력은 잘 그리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에요. 컴퓨터 기술도 충분히 발달했으니까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생활 속에서 구상해요. 옷에 묻은 얼룩이나 건물 사이의 틈도 건축의 모티브가 될 수 있지요. 최근 패션 회사 건물의 설계를 맡았는데 ‘아, 건물에 옷을 입히자’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건물 외관을 옷 소재의 느낌이 나도록 했지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수첩이나 스마트폰에 스케치해요. 사고의 틀을 깨는 공상과학(SF)영화도 좋아해요.”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