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으로 많이 뛴 땅값, 보상 다 안 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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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7월부터 공익사업으로 토지가 편입될 때 땅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보상금 산정 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대신 공익사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인접 지역의 지가변동률이 적용돼 토지보상을 받는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의 토지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새 보상 기준 적용 대상은 ‘20만㎡ 이상 규모의 공익사업에 따라 지구지정·결정일로부터 보상 시점까지 3% 이상 땅값이 변한 곳’이다. 이 토지가 속한 시·군·구의 지가변동률이 해당 광역시·도의 변동률보다 30% 이상 높거나 낮으면 땅 주인은 현재 가격으로 보상받지 못한다. 정부는 공익사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인근 시·군·구의 지가변동률을 적용해 토지보상을 한다.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지가가 올라 발생하는 이익(개발이익)에 대해 보상 대상에서 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토지 소유자의 노력이나 투자와 상관없이 생긴 이익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적 효력을 갖는 세부 보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과도한 보상과 부당 투기가 일어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감사원은 국토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대상으로 보상 실태를 점검해 지난해 8월 토지보상금 과다지급 사례를 적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토지 특성과 개발이익에 대한 반영을 잘못한 사례가 전체 점검 대상의 45%인 1만6700건에 달했다. 특히 LH는 부실한 감정평가로 약 1800억원의 보상금을 과다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상금 산출근거가 기록되지 않은 것도 점검 대상의 34%를 차지했다.

 국토부 박성진 토지정책과장은 “토지보상법 취지와 감사원 지적사항을 개정안에 반영했다”며 “과거와 달리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 기준이 자리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공익사업에 농지가 편입돼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없게 되는 영농인을 위한 보상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해당 농민이 소득을 신고하면 정부는 작목별로 단위면적당 평균 소득의 1.5배까지 2년치를 보상해 준다. 기준이 되는 작목별 소득은 농촌진흥청의 ‘농축산물 소득자료집’에 실려 있다. 버섯 재배, 원예 등 자리를 옮겨 계속할 수 있는 영농사업에 대해서는 이전 비용과 3개월분의 손실을 보상하도록 했다.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지어 온 경작자와 땅 소유주 간의 보상금 분배 기준도 생겼다.

땅 주인에게는 전체 농민 평균 수입 기준으로 산정한 영농보상금의 50%를 초과해 보상받을 수 없게 했다. 나머지 실제 소득에 대한 보상금은 모두 경작자에게 주도록 한 것이다. 평균 이상의 이득은 경작자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또 공익사업지 편입으로 과수선별기 등 특정 농업에만 이용되는 농기구가 쓸모없게 됐을 때도 요건(소유 농지의 3분의 2 이상 편입)과 상관없이 보상을 인정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 의견 수렴과 법제처 심사 등을 통과한 뒤 7월께 시행된다.

개발이익 배제

공익사업 시행으로 땅값이 올라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보상에서 빼는 것. 토지보상법에서는 개발이익을 토지 소유자의 노력이나 투자와 관계없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배제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현재 ‘토지보상평가지침’을 운용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다. 이 때문에 감정평가사나 보상 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과도한 보상이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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