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선동열! 그라운드가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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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7일 김포공항에는 선동열(37)을 환영하는 인파가 모였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국보' 로 불렸던 그가 일본에서 활약한지 4년 만에 은퇴를 선언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주니치 드래건스 유니폼을 벗으면서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진출 여부로 한때 고민했지만 결국 명예로운 은퇴를 결정했다. 당시 그의 은퇴 이후 행보에 대해 추측들이 난무했다.

고향팀 해태 타이거스의 코치가 되거나, 해외로 지도자 연수를 다녀온 뒤 국내팀 감독으로 컴백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추측을 "당분간 쉬고 싶다" 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일본에서 뛰는 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고, 일본 생활로 낯설어진 국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무조건 쉬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선동열은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 으로 활동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해 각종 행사에 참여했고, 시드니올림픽 때는 분석요원으로 참가해 일본팀의 전력을 탐색하고 대표선수들의 훈련장에서 배팅 볼을 던져주기도 했다.

또 몇차례 야구교실을 열어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자신의 다짐처럼 쉬고 싶었겠지만 쉬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야구는 역대 최고의 스타를 간절히 필요로 했다.

그러나 냉정히 돌아보면 국보답지는 못했던 것 같다.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한국야구 홍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은 왠지 보석처럼 빛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의 당당했던 모습 대신 뭔가 부자연스런 어색함이 느껴졌다.

이제 휴식은 충분했다. 지금 한국 야구는 어떤 형태로든 그의 야구 기량과 지식.경험을 필요로 한다.

프로팀은 물론 대학.고교.리틀야구도 마찬가지다. 팬들은 팬들대로 그라운드에서 빛나는 국보의 모습을 보고 싶다. 현장에서 그를 느끼고, 가까이서 그를 보고 싶어한다.

선동열과 함께 역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투수로 꼽히는 최동원 한화코치는 1990년 삼성에서 은퇴한 뒤 10년이 지나서야 지도자로서 유니폼을 입고 최근 현장에 복귀했다.

한때 야구 해설가로 활동했던 그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라운드에 복귀하게 돼 너무 기쁘다" 고 말했다.

팬들은 당대의 국내 야구 최고 스타였던 최동원과 선동열이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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