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막치료 가이드라인 세계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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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안과학회 곽형우(사진) 이사장은 13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안과학회를 진두 지휘한다.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지난달 26일 만난 대한안과학회 곽형우(62·경희대병원 안과 교수) 이사장은 자신에 차 있었다. 그는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제27회 아시아·태평양안과학회(Asia Pacific Academy of Ophthalmology·APAO)를 진두지휘한다. APAO의 규모는 안과 분야 국제행사 중 세 번째로 크다. 올해에는 유럽안과학회가 함께 열려 80여개국에서 5000여 명의 안과 전문의가 부산을 찾는다.

 대한안과학회는 치열한 유치 경쟁을 뚫고 APAO 개최를 따냈다. 곽 이사장은 “세계 의료계의 시선이 점차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APAO 부산 개최는 안과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국내 의료 수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PAO에는 안과 분야 세계 석학 약 740명이 연사로 초청된다. 발표되는 연구 논문은 약 2500여 편에 달해 지식의 향연이 펼쳐질 전망이다. 곽 이사장 등 국내 의료진은 안과질환 수술 모습을 3D 영상으로 소개하는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특히 올해 학회에서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세계 안과의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곽 이사장은 “대한안과학회와 호주·싱가포르가 공동으로 점차 늘고 있는 망막질환의 표준 치료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안과 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곽 이사장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미국안과학회지(America Journal of Ophthalmology)의 편집장인 리스 갱이 각 나라에서 발표한 안과 논문 수를 보고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안과 분야 국가별 논문 수는 미국 1위, 일본 2위, 한국 3위였다. 이 같은 국내 성과는 안과 전문의의 비율을 따졌을 때 더 두드러진다. 미국은 약 2만 명, 일본 1만2000명, 한국 3000명이다. 곽 이사장은 “국내 안과질환 치료 수준이나 실명 예방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대등하다”고 말했다.

 곽 이사장은 APAO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안과 분야의 가장 큰 행사인 2020년 세계안과학회(WOC)를 유치한다는 포부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WOC는 1만5000여 명이 참가한다.

 국내 안과 의료 수준이 높아지며 국민의 인식도 향상됐다. 곽 이사장은 “요즘 환자는 백내장·녹내장 같은 실명질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치료 결과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의 이면에는 대한안과학회의 노력이 녹아 있다. 학회는 1956년 11월 11일을 눈의 날로 정하는 등 대국민 눈 건강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눈 건강을 위한 9대 생활수칙’을 발표했다. 4월 중 수칙을 담은 팸플릿을 전국 안과 병·의원에서 배포할 예정이다.

 곽 이사장은 “오감 중 하나인 눈이 손상되면 직·간접 비용은 늘어나고, 삶의 질은 떨어진다”며 “서구식 식생활·고령화·실외활동 감소 등으로 눈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안과 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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