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혼란, 인터넷에 새바람 불어 넣을까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이번 선거가 인터넷 선거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후보들만 이번 선거 시즌에서 신망을 얻기도 하고 동시에 잃기도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인터넷은 정치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선거 캠페인에서도 일역을 담당했다. 역사상 최고의 백중전이 되고 있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덕분에 이제 인터넷은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

전문가들은 바로 1년 전에 2000년 선거에서 인터넷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1960년 닉슨 대 케네디 논쟁이 TV의 위상을 높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웹 후원자들은 2000년에 세계가 인터넷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권자들은 정치적 정보에 관한 웹 페이지를 클릭해 볼 것이며,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리모콘 대신 마우스를 집어들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동안 그럴 듯 하게 보이던 웹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다. 대통령 후보자들은 수개월동안 웹 광고를 고려했다.

인터넷 자금 모집은 선거운동 기간동안 모금된 액수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많은 뉴스 관련 웹 페이지에 대한 트래픽은 전당대회 기간동안 사실상 줄었으며, 대대적으로 선전됐던 폴리틱스닷컴(Politics.com)과 수도닷컴(Psuedo.com) 같은 사이트들은 많은 사람들이 선거 팜플렛을 자세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불확실성이 인터넷 부흥 부추길 듯

하지만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혼란과 불확실성이 이번 대선을 인터넷 선거로 만들면서 웹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고 있다.

자유 포럼의 기술 및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인 애덤 포웰은 지금이 웹에게 있어 가장 좋은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백중전이다. 속보를 내는 일반적인 출처인 TV가 이미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9일 플로리다 재검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을 때, 포웰은 "전국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보의 일부가 발표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에서 컴퓨터 터미널을 앞에 두고 앉아 있을 것이다.

포웰은 "어젯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있었는데도 인터넷에 엄청난 트래픽을 목격했다. 내일 플로리다가 이 숫자를 공식 발표하면 그것의 여파는 어떨 것인가? 내일 오후는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흥분해서 말했다.

지금까지 웹은 혼선된 결과를 얻고 있다. 플로리다 주 당국의 선거 결과 발표 페이지는 웹에서 제거되고 그 대신 시청자들은 재검표가 계속되고 있으며 결과는 빠르면 목요일에 나올 예정이라는 성명서를 받았다.

사람들은 적어도 24시간 동안 매트 드러지 리포트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웹사이트들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CNN은 7500만 페이지 뷰를 나타내며 과거 기록인 4000만 페이지 뷰를 깨고 있다. ABC뉴스닷컴(ABCNews.com)은 켄 스타 보고서가 발표됐을 때 수립된 기록의 2배인 2300만 페이지 뷰를 확보했다.

ABC뉴스닷컴의 선임 부사장이며 총괄 매니저인 버나드 거숀은 이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춰진 뉴스를 원하며 이는 오직 웹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선거전이 백중전이든, 아니든 자신의 스케줄에 맞는 속보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숀은 웹이 정치 뉴스에 안성맞춤이라고 주장했다. 정보를 요리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동일한 사이트에 들러 전국 상원 선거 결과나 한 도시의 이해할 수 없이 느린 검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정치적인 기사들이 잘 되는 이유는 데이터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는 인터넷을 위한 분기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순한 보조 도구일 뿐

하지만 조지 워싱턴대에서 강의하고 온라인 민주주의(Democracy Online)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마이클 콘필드는 인터넷이 이번 선거 시즌에서 단순한 보조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웹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TV를 쉽게 이용할 수 없는 낮 시간대에 생기는 뉴스 자료를 제공하는 데는 한 몫 한 것은 사실이나 실제 선거 캠페인에 미친 영향은 아주 미미했기 때문이다.

부시와 고어 모두 전당대회 연설이나 토론에서 자신의 웹사이트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캠페인은 정책 방침을 게시하고 후원금을 요구하는 것 같은 오프라인 활동들을 반영하기 위해서 주로 인터넷을 이용했다.

콘필드는 "우리 모두 인터넷과 인터넷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과대 선전했다. 인터넷은 사람들의 예상만큼 빠르고 영향력 있게 발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네이더 표 거래자(Nader trader)'' 사이트들의 출현은 매우 흥미로운 웹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어를 지지하는 주에 사는 사람들이 네이더를 위한 한 표를 약속하고 그 대신 접전이 예상되는 주에 사는 사람이 고어에게 투표하도록 만드는, 그야말로 표로 거래하는 사이트다.

그는 이런 사이트들이 국회의사당에서 매일 행해지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지지표를 거래해 평범한 사람들을 로비스트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사이트들은 몇 개 주의 선거법에 위배된다.

지난 몇 일 동안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그와는 별도로 사람들은 확정되지 않은 투표 결과로 정보에 대한 갈증만 커지고 있다.

야후 뉴스의 책임 프로듀서인 쿠로시 카림카니에 따르면, 지난 7일 야후의 트래픽은 큰 뉴스거리가 있는 바쁜 날에 보통 경험하는 수준의 7배였으며 지난 8일에는 기록도 갱신했다고 한다.

선거가 백중전이 아니었던 1996년 선거에서는 "매순간 클릭이 이어지는 이런 긴장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이 웹에서 뉴스를 공유하는 순간이라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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