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은행 총재 지명된 김용의 봉사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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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계 미국 이민 2세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됐다.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금융질서를 떠받쳐온 브레턴우즈체제의 양대 축이다. 그 세계은행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계 인물을 총재로 맞게 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 IMF 총재는 유럽인이 양분해 왔다. 김 총장 역시 국적을 따지자면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그 틀이 깨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 가운데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나 존 케리 상원의원 등 자천타천(自薦他薦)의 쟁쟁한 인사들을 제치고 한국계 미국인 김용을 총재로 지명한 것이다.

 일각에선 김 총장의 지명을 두고 미국의 세계은행 독식에 대한 신흥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설사 이런 국제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해도 김 총장 지명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 총장을 지명하면서 “세계은행은 개도국의 빈곤·질병과 싸우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20년 이상 빈곤국의 질병 퇴치와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김 총장만큼 그 (세계은행 수장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운데 유독 한국계 김용 총장을 가장 적임이라고 봤다는 얘기다.

 김 총장은 지난 2009년 아시아계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임명됐다. 당시 다트머스대는 김 총장의 선임 이유로 ‘정열과 혁신, 봉사와 헌신’을 들었다. 김 총장은 이미 의학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봉사의 리더십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제 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가 되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3대 국제기구 중 2곳의 수장을 한국인이 맡게 된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운 일이다. 한국인들은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故) 이종욱 박사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들의 리더십을 본받아 세계 무대로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