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응룡감독-삼성선수단 상견례

중앙일보

입력

사자굴에 호랑이 '명조련사' 가 입성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일 오전 10시 경북 경산시 삼성 전용훈련장. 김응룡 신임 감독과 삼성 선수들의 상견례 자리가 마련됐다.

비로 인해 훈련은 취소됐고 선수들은 파란색 유니폼 대신 말끔한 검정색 정장차림으로 새 감독을 맞이했다.

김감독의 카리스마를 익히 알고 있는 듯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김감독 밑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는 투수 이강철과 임창용은 감회가 새로운 듯 "다시 한번 모시게 돼 기쁘다" 며 짤막하게 말했다.

주장 김기태는 선수들을 단속하며 첫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보다 주목을 끈 선수는 '라이온 킹' 이승엽. 이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시드니 올림픽에서 감독님과 같이 지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품.야구 스타일 모두 하나 하나씩 배워나가겠다" 고 말했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이승엽이 현재 최고의 홈런 타자라면 김감독은 1960년대 한일은행 시절 거포로 명성을 날렸다.

이가 침체된 프로야구를 홈런포로 되살렸듯 김감독은 아마야구의 초석을 다졌다.

이승엽은 김감독의 과거 명성을 아는 듯 "감독님에게 파워 배팅을 전수받고 싶다" 고 말했다.

'이승엽도 트레이드될 수 있다' 는 항간의 소문을 의식한 듯 김감독은 이승엽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냈다.

김감독은 "이승엽은 국내 최고 타자다. 어떤 누구와 비교할 수 없다. 삼성이 우승하기 위해 이승엽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감독의 인사말은 짧았다. "이런 든든한 후원 속에서 여러분 같이 좋은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며 "프로답게 행동할 것을 부탁한다. 술이나 다른 유혹을 견디며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며 정신력을 재무장할 것도 당부했다.

본격적인 훈련은 없었으나 김감독의 '사자 조련' 은 곧바로 들어갔다.

김감독은 김기태.이강철 등 팀내 고참 선수들과 점심을 같이 하며 팀분위기 쇄신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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