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거꾸로 가는 프로야구

중앙일보

입력

새천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6개월간의 대장정끝에 막을 내렸다. 시즌 시작전만 해도 KBO는 신생팀 SK의 가세,이승엽의 홈런 신기록 행진과 더불어 살아나기 시작한 프로야구 열기 등으로 인해 올 시즌에는 400만 관중동원 시대가 다시 열려질 것으로 야심찬 전망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올 시즌 유료관중은 정규시즌 마지막 한 경기를 놔두고 집계된 결과 249만 6천 577명에 불과하였다. IMF 한파로 심한 불황을 겪었던 98년 시즌의 263만 9천 119명 보다도 못한 수치이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야구 드림팀의 동메달 획득이라는 호재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다툼 경쟁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의 관중석은 채워지지가 않았다.

양 리그간의 현저한 전력차와 이종범,이상훈등 대형스타들의 해외진출로 인한 스타의 부재등이 관중감소의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단지 일시적인 이유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관중감소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

95년 540만 관중동원 이라는 최대의 호황기 이후 오히려 계속하여 관중들이 감소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원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1.낙후된 구장시설

- 91년 처음으로 한,일 슈퍼게임이 벌어졌던 일본 도쿄돔을 보고난 후 우리 야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감탄과 동시에 부러움을 나타내었고 우리도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도쿄돔 못지않은 구장을 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 팬들은 새로운 돔 구장이 지어졌다는 기사대신 이번 시드니 올림픽 야구경기가 벌어진 올림픽 야구경기장에 대한 감탄과 부러움의 기사를 다시 접해야만 했다.

언제까지 남의 경기장에 대한 부러움과 감탄의 기사를 접해야만 하는가. 물론 구단별로 나름대로 구장보수와 서비스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시설면에서 달라진 구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2.고질적인 개인 타이틀 밀어주기 경쟁

- 84년 삼성은 소속팀의 이만수를 타격 3관왕에 올려주기 위해 당시 불과 1리차로 타격부문에서 추격해오던 롯데 홍문종을 무려 9타석이나 연속으로 고의사구로 걸러내는 진기록(?)을 수립하였다.

92년 빙그레의 송진우는 사상 최초로 다승과 구원부문을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그러나 당시 다승왕 경쟁에서 경합을 벌였던 이강철과의 선의의 경쟁을 갈망하던 팬들의 소망에도 아랑곳 않고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속에 이루어진 다승왕이라 빛이 바랬다. 결국 송진우는 그 해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염종석에게 내주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삼성과 빙그레의 감독은 같은 감독이었다. 감독으로선 최초로 통산 900승의 위업을 달성하고,맡는 팀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장 감독이 물러난 후에 업적만큼 명성을 얻지 못하는 데는 위와 같이 선의의 경쟁을 무시한 추악한 개인 타이틀 밀어주기 같은 일을 일삼은 데서 비롯한 것이다.

하지만 새천년 프로야구 판에도 아직도 이러한 고질적인 추태가 자행되고 있다. 다승왕이 한팀에서 무려 3명이나 배출되는가 하면 소속팀 선수를 타격왕으로 밀어주기 위해 경쟁 선수와의 정면 승부를 피한채 심지어는 일부러 몸에 맞히는 볼을 던지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또한 최다 안타 경쟁을 벌이는 두명의 선수가 공교롭게도 출장을 포기하여 사이좋게 최다 안타 타이틀을 나누어 가졌다. 더더욱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이러한 고질적인 악습들이 신선하고 선진화된 야구를 표방하는 젊은 감독들에 의해 되풀이 되었다는 것이다.

3. 정착되지 못한 양대리그

- 99년 시즌부터 시작된 양대리그 제도는 야구팬들의 흥미를 오히려 반감시키고 있다. 흥행 우선주의에 입각해 도입된 와일드 카드제도로 인해 올해 포스트 시즌에는 8개팀 중 무려 5개팀이 우승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 해마다 팀순위에 의해 매직리그와 드림리그로 나누어지는 현 제도는 한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역으로 구분하여 확실하게 리그제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인터리그 경기수와 같은 리그팀간의 경기수가 차이가 없는 현행 제도는 무늬만 양대리그라는 비판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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