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의 중국과 페이스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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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21면

기업공개로 세계 최고 20대 부자가 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아직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사업이 번창일로인 것이 경이롭다. 그는 중국을 좋아해야 하고 조만간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할 것이다. 기업을 공개하면 13억 중국 시장에 뛰어들어 돈을 더 벌 것을 요구하는 주주 압력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커버그는 중국에서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랍의 봄’이 번지는 데 큰 역할을 한 페이스북이다. 이를 놓고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얼마나 안절부절못했는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트위터가 그랬듯이 페이스북도 자신들의 검열 요구에 복종할 것이라고 중국 위정자들은 기대할지 모른다. 페이스북은 중국 시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할 것이다. 파우스트적인 모종의 거래가 있지는 않을까. 흥미로운 건 긴장 관계에 설지 모르는 중국과 페이스북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분석가들 중에는 중국 경제가 영원히 연 10% 이상 성장할 거라고 믿는 듯한 이들이 꽤 된다. 마찬가지로 요즘 월가 분위기는 페이스북이 끝없이 고속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인민에 대한 감시를 통해 이득을 보는 것처럼, 페이스북은 우리의 사생활을 활용해 돈을 번다. 중국이 내륙 생산기지의 저임 노동자를 대거 활용한다면, 수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값싼 노동력의 원천인 셈이다.

중국에 돈이 너무 몰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금융가처럼, 페이스북 고객들은 살 찐 소셜미디어 회사에 과도한 투자를 해 온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페이스북이 이익을 내는 데 자신들의 일상정보를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무시해 버리기엔 너무 커져버린 존재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의 지배구조는 독재정치를 닮았다. 저커버그는 보유 지분과 권리 위임 등을 통해 의결권의 56.9%를 장악했다. 후계자도 지명할 수 있다.

페이스북 고객계정 가운데 몇 %나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나도 한 개 이상의 계정에 가입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가입자 수가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 또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이 현지 토종 서비스를 선호하는 일본·한국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면 페이스북의 중국 진출은 장벽에 부닥칠 것이다. 페이스북은 유명 인터넷 회사들이 이전에 직면한 근본적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우리 삶에서 가상의 영역인가, 실제의 영역인가.’ 하루 8시간 이상 페이스북에 머무는 충성고객이 많다지만 과연 얼마나 자주 신용카드를 꺼낼까. 저커버그는 상장 신청 전에 ‘투자자 서한’을 통해 ‘시민과 정부의 소통 방법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설익은 이상주의가 베이징 도전에서 먹혀 들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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