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롯데 잡고 유리한 고지 점령

중앙일보

입력

"대타! 허-문-회!"

조금이라도 발을 잘못 디디면 균형을 잃고 외줄에서 떨어지고 말 것 같은 팽팽한 살얼음 승부.

한 시즌 농사가 사실상 이날 한판 승부로 결정되는 양팀의 운명이고 보면 그 비장함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0 - 0으로 맞선 7회말 1사 1, 2루. 찬스를 맞은 LG벤치에서 노찬엽 타격코치가 걸어나왔고 박기택 주심은 대타 허문회를 외쳤다.

허문회는 올시즌 세경기에 모두 대타로만 출장, 단 한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던 주인공.
지난해 8월 12일 이후 안타라곤 구경도 못해본 처지였다.

LG벤치는 롯데 투수가 사이드암 박석진인 것을 감안, 왼손타자 허문회를 승부수로 띄운 것.

허문회는 볼카운트 2 - 1의 불리한 상황에서 박석진의 바깥쪽 약간 높은 볼을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우중간을 꿰뚫는 2타점 2루타로 연결됐다.

순간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을 거의 손에 넣은 LG벤치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오르며 환호했고 롯데 벤치에는 침묵이 흘렀다.

LG가 7회말 터진 대타 허문회의 극적인 2타점 적시타로 롯데를 2 - 0으로 따돌리고 플레이오프 직행 문턱에 섰다.

LG는 이날 승리로 매직리그 2위 롯데에 2게임차로 앞서 남은 두산과의 3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거나 롯데가 남은 2경기에서 1패를 당할 경우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됐다.

반면 롯데는 드림리그 3위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LG선발 해리거는 7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버텨 시즌 17승을 올렸고 방어율 3.12로 롯데 손민한(3.20)을 제치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2 - 0리드를 잡은 8회초 마운드에 오른 장문석은 시즌 열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삼성은 인천에서 김상진-임창용의 계투로 SK에 4 - 0으로 승리, 드림리그 2위의 희망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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