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부활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청야니가 19일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LPGA 투어 시즌 첫 우승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태국 AFP=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대만의 에이스가 태국에서 올해 LPGA 투어 판도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열대 정글 속에서 치러진 쫓고 쫓기는 레이스의 승리자는 세계 랭킹 1위 청야니(23·대만)였다.

 청야니가 19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대회 2연패로 통산 13승째다. 최종 라운드를 13언더파 2위로 시작한 청야니는 마지막 날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19언더파로 미야자토 아이(27·일본)를 한 타 차로 따돌렸다. 끝까지 추격한 신지애(24·미래에셋)는 17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지난해 LPGA 투어 7승을 올릴 때 생글생글 여유를 부리던 청야니는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눈물을 흘릴 정도로 경기는 치열했다.

 청야니가 먼저 치고 나갔다. 칩인 이글로 첫 홀을 시작했고 8번 홀까지 5타를 줄였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미야자토를 3타 차로 밀어내 버렸다.

 그러나 9번 홀에서 2m 버디 퍼트를 앞두고 갤러리의 소음에 집중력을 잃어 버디에 실패했다. 10번 홀 티샷을 당겨 쳤다. 두 번째 샷이 디봇에 들어가자 청야니의 얼굴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긴 했지만 기분 나쁜 약 5m짜리 내리막 퍼트를 해야 했다. 청야니의 퍼트는 홀을 10m나 지나가 버렸다. 이날의 첫 보기를 했다.

신지애가 최종 4라운드 경기 도중 어프로치샷을 한 뒤 볼의 방향을 쫓고 있다. [태국 AP=연합뉴스]

 신지애가 버디를 잡으면서 한 타 차로 쫓아왔다. 이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청야니가 세계 랭킹 1위이기는 하지만 신지애에게는 무척 약했다. 2010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신지애의 아버지 신제섭씨는 “아마추어 때부터 지애가 청야니와 여섯 번쯤 동반 경기해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미즈노 클래식에서 신지애는 청야니를 꺾고 우승했다. 청야니는 신지애가 우승한 대회에서 가장 많이 2위(3회)를 한 선수다. 타이거 우즈 공포증을 갖고 있던 어니 엘스도 우즈 우승 시 2위를 가장 많이 했다. 청야니는 마음 깊은 곳에서 신지애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가장 어려운 17번 홀에서 신지애가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가 됐다. 그러나 미야자토와 청야니도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마지막 홀에서 신지애는 5m 버디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홀 앞에서 휘어지면서 추격은 실패했다. 청야니는 18번 홀(파5)에서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더니 회심의 서드 샷을 날렸다. 홀 5㎝에 붙는 완벽한 샷이었다. 청야니는 공을 톡 건드려 버디를 한 뒤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혼다 타일랜드는 한 해의 판도를 가늠하는 의미 있는 대회였다. 우승 울렁증이 있다고 평가되던 미야자토는 2010년 이 대회 마지막 날 9언더파를 치며 6타 차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5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가 됐다. 지난해엔 청야니가 5타 차 우승을 하고 역시 준우승 징크스를 끊어버렸다.

 2010년 미즈노 클래식 이후 부진했던 신지애에게도 좋은 신호다. 신지애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과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