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우리가 사는 우주 어딘가에 또 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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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지음, 김영사
576쪽, 2만5000원

저 멀리 우주의 저편에서 바로 이 순간, 나와 똑같은 사람이 지구와 판박이인 환경 속에서 동일한 일과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금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앞의 현실이 사실은 머나먼 우주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의 반영에 불과하다면?

 히말라야 산맥 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주와 존재, 그리고 종교에 대한 논쟁이 아닐까 싶은 말들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 현대를 살고 있는 첨단 과학자들이 내놓은 이론이다. 우주물리학에서 논의하고 있는 도플갱어 우주 가설과 홀로그래피 평행우주 가설이 바로 이들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수학 및 물리학 교수로 초끈 이론 등 우주물리학 분야를 이끌고 있는 지은이는 ‘우리 우주가 유일한 우주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는 저 멀리 또 다른 우주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한 둘이 아닐 것이라는 가설, 즉 다중우주론을 소개한다.

 우리가 사는 우주의 복사본이 우주의 끝 너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섬뜩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SF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현대물리학을 크게 발전시켰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우주론, 통일장 이론, 전산물리학은 한결같이 이를 예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주가 빅뱅을 통해 순식간에 생성됐다는 학설이 맞는다면 똑같은 현상이 무한히 반복돼 수많은 우주를 만들(었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책에서는 9가지 버전의 다중우주를 제시하면서 이를 조목조목 해부한다. 우주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라면 우리 우주에서 적용되는 물리학적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생소한 우주도 있을 것이고, 4차원을 넘어서는 이해불가 차원의 시공간도 존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여기 나온 것은 모두 가설이다. 지은이도 다중우주론의 결론에 대해 “모른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합리적인 이론을 끊임없이 추구해 그 진실을 밝혀나가는 게 과학자의 일이라고 강조한다. 우주와 물리학에 대한 지적인 탐험과 여행은 진화된 종인 인간으로 태어난 특권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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