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결산] ② 금보다 값졌던 남북 동시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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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첫 올림픽의 가장 큰 성과는 두말할 것도 없이 남북한 동시 입장이었다.

15일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 180명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하자 12만여명의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축복했고 민족 분단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동시 입장이 대회 개막을 5일 앞두고 전격 타결되자 남북 선수단은 화합의 땅 시드니에서 정담과 공동 훈련, 공동 응원 등으로 뜨거운 형제애를 과시했다.

이상철 남한 선수단장과 윤성범 북한 선수단장의 한밤중 보드카 화합주, 양궁팀의 공동 훈련, 남한 박종학 유도 감독의 계순희 마사지, 양측 단장과 선수들의 조찬, 북한 양궁 스타 최옥실의 남한 선수 응원 등 수 많은 사연을 만들어 냈다.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며 55년간 대립했던 2개의 국가가 아니라 한 핏줄을 나눴고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하나의 민족임을 서로가 확인했다.

하지만 경사가 겹칠 수는 없었던지 남북 모두 폐막을 3일 앞둔 28일 오전 현재 기대 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남한은 메달 박스인 태권도가 아직 남아 있지만 금 5개, 은 7개, 동 9개로 종합11위에 올라있어 `5회 연속 톱10 유지'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금 2∼3개를 예상했던 북한도 은 1개, 동 2개로 단 1개의 금메달도 얻지 못했다.

남북이 초반 메달 사냥에 실패,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앞으로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 양궁, 유도, 레슬링, 역도 등 양쪽 전략 종목을 합치면 확실한 금메달을 보장할 수 있어 새로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동시입장으로 생겨난 이런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과 북한 스포츠계의 실세인 장웅 IOC 위원 등 남북 체육 수뇌들도 자주 회동, 활발한 남북 체육 교류를 예고했다.

우선 장웅 위원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제19차 총회를 위해 올 11월 서울을 방문할 계획이어서 1년 앞으로 다가온 2001년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동아시안게임의 단일팀 구성 가능성이 밝아지고 있다.

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 부산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거나 일부 경기의 분산개최 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외에 90년 통일축구 이후 10년간 단절된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의 재개, 남북씨름 교환경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성화의 백두산 채화도 실현성이 높아졌다.

독일이 56년 호주 멜버른에서 동시 입장한 이후 34년만인 90년 통일을 이뤘던 전례가 분단 한민족에게는 예사롭지 않았던 올림픽이었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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