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간신’ 공격 받은 보시라이 “적들의 비난은 무시해도 되지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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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시라이(左), 왕리쥔(右)

중국의 보시라이(薄熙來·63)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측근인 왕리쥔(王立軍·53) 부시장의 망명 시도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맞서 중국 근대문학의 선구자인 루쉰(魯迅·1881~1936년)을 내세워 위기 돌파에 나섰다. 충칭시 공안국장 재임 시 치안영웅으로 불린 왕리쥔은 6일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에 들러 하루 머물다 돌아갔으며, 현재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보 서기를 중국 공산당 내 ‘최대 간신’이라고 정면공격하기도 해 보시라이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태자당’ 출신인 보 서기는 공산주의청년동맹 출신의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서기와 정치국 상무위원 진출을 다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 서기가 왕리쥔의 망명 시도 하루 만에 포문을 연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7일 열린 선전문화공작 회의에서 “선전 담당자들은 사상가가 돼야 하며 정확한 사회여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경일보(重慶日報)가 10일 전했다. 보 서기는 “루쉰 선생의 격언인 ‘적들의 비난은 무시해도 되지만 국민을 대할 때는 순한 소처럼 고개를 숙여야 한다(橫眉冷對千夫指, 俯首甘爲儒子牛)’는 말을 떠올렸다”고 적었다. 루쉰의 작품 ‘자조(自嘲)’에 나오는 이 글귀는 마오쩌둥(毛澤東)이 국민당과 내전 때 공산당원이 가져야 할 자세를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보 서기가 루쉰을 동원한 선전작업 강화에 나선 것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왕리쥔 사태는 ‘토사구팽(兎死狗烹·사냥에서 토끼를 잡고 난 뒤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성 인사 때문이 아니라 왕 스스로의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해 리더십 손상을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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