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찾아주세요” 아부다비서 온 알 로마이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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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환자 알 로마이티(왼쪽)와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권택균 교수(오른쪽).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진료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출신인 알 로마이티(28)가 권택균(41·이비인후과) 교수 앞에 앉았다. 알 로마이티는 작고 쉰 목소리로 “평소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3개월간 치료받으면서 증상이 시작됐다고 했다. 평생 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음성 검사와 후두내시경 검사를 했다. 성대 뒤쪽 연골의 일부가 눌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성대가 닫힐 때마다 틈이 생겼다. 권 교수는 “인큐베이터 안에서는 기도에 관을 넣어 호흡을 하게 하는데 그때 성대가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손상된 성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 로마이티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좋아했다. 그는 “병원에서 모든 과정을 미리 설명해 주고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알 로마이티는 아부다비 보건청이 한국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 등 4개 의료기관과 환자송출계약을 체결한 이래 처음 보내온 환자다. 지난달 25일 체결한 협약은 아부다비 정부가 한국 의료를 신뢰해 가능했다. 아부다비는 외국 의료기관 의존도가 높아 보건청 산하 12개 병원을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등에 위탁해 운영한다. 여기서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 3000명을 매년 보건청 전액 부담으로 영국·독일 등으로 보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가세하면서 중동에 의료 한류(韓流)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아부다비처럼 매년 1000명의 환자를 유럽·미국·태국 등지로 보내는 두바이 정부도 한국 의료 서비스 점검에 들어갔다. 두바이 보건청은 한국의 의료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식도종양 환자를 서울아산병원에 보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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